'맥도날드 할머니' 동생, "언니 나타날까 겁이 난다"

2011-01-16 01:51
'맥도날드 할머니' 동생, "언니 나타날까 겁이 난다"

(아주경제 온라인뉴스부) 광화문 일대 스타벅스나 근처 교회를 돌며 하루를 보내고 맥도날드를 찾아 노숙생활을 취하는 모습이 TV에 방영되며 크게 화제를 모은 일명 '맥도날드 할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과 할머니의 사연이 누리꾼들의 화제다.

지난 14일 밤에 방송된 SBS TV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광화문 인근의 맥도날드에 나타나 새우잠을 자면서 거리를 떠도는 일명 '맥도날드 할머니' 권하자 씨의 이야기가 과거 사연을 중심으로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맥도날드 할머니'가 외부무에서 잠시 일하던 시절의 사진이 나왔다. 방송에 출연한 할머니의 직장 후배들은 "언니(권하자 씨)는 당시(대학교 재학 시절 및 외무부 재직 시절) 메이퀸이었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의 할머니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변할 수 있나?"라고 매우 놀라워했다.

이어 "'부유하게 자란 인텔리'라는 자부심이 강해, 다른 사람들과 많이 섞이지 않고 늘 우아하고 고상했다"며, "부모님과 살았을 적 공주처럼 떠받들어져 살다 부모님과 오빠들이 죽고 동생도 결혼하며 혼자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방송에서는 외무부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들, 학교 동창, 연락이 끊겼던 지인까지 손님의 연이은 방문에 할머니가 들뜨는 모습을 보였다. 할머니의 지인들은 할머니가 편안한 노후 생활을 보내도록, 일자리와 거처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할머니는 "내 방식대로 남은 생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하며 "나를 지금의 현실에서 구원할 단 한 사람을 기다리겠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라면서 모든 도움의 손길을 거부했다.

제작진은 '맥도날드할머니'의 친동생을 찾아갔다. 그렇지만 이 친동생은 "언니가 나타날까 겁이 난다. 찾고 싶지 않다. 어머니는 언니의 시녀로 살았다. 마음이 아프고 찢어지지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 형제들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줬다" 라고 말하면서 "언니를 생각하면 어머니가 원망스럽다. 마음은 아프지만 언니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거리 생활이 계속되자 방송 주선으로 서울시가 돕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할머니는 노숙자 취급은 싫다며 사양했다. 할머니는 '쉼터'에 대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할머니는 오랜 노숙생활에도 - 특히 24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눕지 않고 대부분의 끼니를 커피 한 잔으로 때우는 생활을 벌써 10년 째 하고 있음에도 - 육체적,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할머니에게 진정 필요한 건 공짜로 주어지는 격리된 쉼터가 아니다. 세상과 교류하며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자리"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