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살래, 캠리 살래” 무너진 국산-수입차 벽

2011-01-16 17:00
가격-성능면 큰 차이 없어… 고객 선택폭 늘어

국산·수입 대표 중형(준대형) 세단 현대차 그랜저HG(왼쪽)와 도요타 캠리.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준대형급 신차 구매를 고려중인 김장주 씨(61·잠실동)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차량 선택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예산 40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세단이 8~9종에 달한다. 특히 가격과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수입차도 그의 새 차 후보군에 속한다.

최근 수년 사이 국산차는 비싸지고 수입차 가격은 낮아지며 국산-수입차 가격대 벽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약 10만여 대 시장 규모의 3000만원대 준대형 세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동급 판매 1위를 예약해 놓은 13일 출시한 그랜저. 3.0ℓ 프라임 모델 구매시 3424만원이다. 하지만 같은 가격대에 구입할 수 있는 모델은 K7(기아차), 알페온(GM대우), SM7(르노삼성) 외에도 캠리(도요타), 어코드(혼다), 알티마(닛산), 레거시 (스바루) 등 수입 중형 세단 4종이 더 있다.

도요타 캠리의 경우 2.5ℓ 모델이 3490만원으로 가격차이가 66만원에 불과하다. 배기량이나 출력 면에서는 부족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여전히 ‘수입차 프리미엄’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

캠리는 지난해 4241대가 판매되며 역시 비슷한 가격대의 르노 SM7(1만3336대)의 3분의 1 수준까지 쫒아왔다.

한 수입차 딜러는 “일반적인 소비자의 경우 성능에 크게 연연하기 보다는 이미지와 유지비 등 종합적인 면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슷한 예산을 가진 소비자는 이미 국산-수입차를 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브랜드 이미지나 서비스 등을 구매 조건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의 자신감은 양적 성장에 따른 국내 서비스망으로부터 나온다. 벤츠, 도요타 등 판매 1만대가 넘는 상위 브랜드의 서비스망은 이미 전국적으로 20여 곳 이상 깔린 상태다.

하지만 국산차 역시 만만치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가) 비싸졌다고는 하지만, 더 낮은 가격대로 성능 면에서 앞선 신차들을 내놓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비스 면에서도 수입차와 더욱 차별화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들어 수리대상 차량을 직접 픽업해 배송해 주는 ‘홈투홈’ 서비스를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형급 세단에서 시작된 국산-수입차간 경쟁은 향후 소형차 및 고급차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인피니티가 올 초 G시리즈 세단의 가격을 800만원 이상 낮춘 G25(4390만원)를 출시하며 벤츠 C클래스, 렉서스 IS250 등 엔트리급 럭셔리차 4000만~6000만원대 제네시스(현대차)와 경쟁하게 된다.

그 밖에 수입차 브랜드들이 코롤라(도요타), 퓨전(포드), 큐브(닛산) 등 10여종의 준중형급 이하 신차를 출시하며, 역시 벨로스터(현대차), 시보레 소닉(GM대우) 등 국산 준중형급과 자존심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