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디트로이트, 세탁소에 돌아온 와이셔츠?

2011-01-10 15:22
美자동차 ‘메카’ 경기회복 태동…실업률·소비심리 살아나

지난 2009년 15.1%까지 치솟았던 디트로이트의 실업률은 2010년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활과 함께 회복기에 들어선 것이다. 사진은 디트로이트 인근 대형 아울렛 매장인 그레이트 레이크 크로싱 몰(Great Lake Crossing Mall)에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

(미국.디트로이트=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와이셔츠를 맡기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 ‘리먼쇼크’ 이전 수준은 회복한 것 같다.”

요즘 디트로이트 경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우스필드 지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교포 김씨의 답변이다.

그는 “미국인들은 와이셔츠는 당연히 세탁소에 맡기는 습관이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경기침체로 일감이 줄었다”며 “디트로이트 경기가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터 시티(Motor City)로 불릴 만큼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산업과 연관이 깊은 도시이다. 디트로이트는 제너럴 모터스(GM)를 비롯해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의 본사가 소재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 자동차 산업의 메카이다.

이런 디트로이트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졌었다. 디트로이트가 속해 있는 미시간주의 실업률은 2009년 12월 기준 14.6%로 미국 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GM과 크라이슬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경영난에 허덕이는 등 주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GM과 크라이슬러가 2009년 정부의 구제 금융지원을 받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한편, 오바마 정부의 보상 프로그램 실시 등으로 미국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부터 점차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실제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2009년 1040만대까지 곤두박질 쳤지만, 올해는 전년대비 12% 상승, 1160만대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로 인해 디트로이트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15.1%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2010년 13%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런 경기 회복이 기대감은 소비자들의 씀씀이에서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사우스필드에 위치한 대형 마트 마이어((meijer)의 주차장에는 쇼핑객들의 차량으로 빈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곳에서 아동복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제임스 스콧(35)씨는 “2009년 매출이 전년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량이 눈에 띠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어 가전제품 코너를 가족들과 방문한 존 토들러(39)씨는 자신을 GM의 생산직 근로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비록 시급은 하락했지만 절반 밖에 가동되지 않았던 공장 라인업이 다시 풀가동되기 시작했다”며 디트로이트 경기 회복의 근간이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활이 있음을 보여줬다.

J.D 파워 등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오는 2016년께 1600만대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코트라 한종백 디트로이트 코리아비지니스센터장은 “링겔 맞던 환자가 이제 링겔을 뺏다. 이제 본격적인 치료와 재활에 들어가는 시기”라며 현재 디트로이트 경기 상황을 이같이 묘사했다.

다만 한종백 센터장은 금융권의 ‘더블딥’ 우려를 언급하면서 “현지 1차 협력업체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금융권에서는 아직도 보수적으로 현재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트로이트 중심가에는 곳곳에 빈 건물과 사무실이 흉물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의 질병이 뿌리 깊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출발선에 선 디트로이트와 빅3로 대표되는 미국 자동차 산업이 여전히 뛰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