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주주? 최소 백만달러 있어야
2011-01-10 13:56
‘세컨드마켓’과 ‘펠릭스 인베스트먼츠’처럼 소셜미디어 주식을 중개하는 투자회사들은 순자산 1백만 달러 이상을 가진 투자자들에게만 페이스북, 링크트인, 트위터 같은 비상장 소셜미디어 기업 주식의 매입을 허용한다. 미국의 증권 관련 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다.
투자자들이 페이스북 주식을 열망하는 것은 이 회사 주식이 앞으로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세컨드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를 통해 거래된 페이스북 주식은 모두 2억달러였다. 이는 전년의 5배였다.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불과 3년 사이 75억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수직상승했다. 이 수치는 2015년이 되면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니 페이스북 주식을 하루라도 먼저 손에 넣으려고 투자자들이 안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부자가 아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페이스북 사주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공개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는 개인 투자자들이 페이스북 같은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자산 1백만 달러 이상으로서 SEC가 소위 '공인투자자(accredited investor)'로 분류한 사람들에게는 비상장 주식 매입을 허용한다.
SEC가 보기에 공인투자자들은 비공인 개인투자자들보다 “똑똑하며”, 대체로 규제받지 않는, 불투명한 시장의 위험을 평가하는 능력이 더 낫다. 그러므로 공인투자자들은 SEC 같은 감독기관의 보호가 필요없으며 자기 책임 아래 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비공인 개인투자자들이 비상장 주식에 투자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SEC는 판단한다.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이 내년 중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비공개주의로 일관해 온 주커버그의 과거 경영 행태로 미루어 그가 페이스북을 쉽사리 공개할 것 같지는 않다. 상장하지 않고도 자본금을 얼마든지 확충할 수 있는데 굳이 기업 내막을 드러내면서까지 상장을 서두를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SEC가 페이스북을 강제로 상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명목상 비상장기업일 뿐 실제로는 상장기업과 다름없이 주식을 거래하는 행태가 뚜렷하다고 판단되면 SEC는 상장을 명령할 수 있다.
SEC의 기업공개 명령은 페이스북 주주수가 500명을 넘어서면 자동적으로 발동된다. 현재 페이스북 주주는 약 350명이다. 페이스북은 주주수를 500명 이내로 억제하려고 개인들에 대한 주식 매각을 자제하는 한편 주식을 기존 주주들에게 몰아주려 애쓰고 있다.
다시 말해 페이스북은 우호적인 투자자들로 주주단을 구성한 뒤 최초 주주인 주커버그에서 최종 주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주들이 똘똘 뭉쳐 한동안 기업공개 없이 페이스북을 끌고 가려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속셈을 모를 리 없는 SEC는 현재 페이스북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페이스북의 ‘투자자 친구들’ 명단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늘어났다고 판단하면 SEC는 페이스북에 재무상황 공개, 즉 기업공개를 명령할 수 있다.
(아주경제 송철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