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저축銀 인수후보 6~7곳 전망

2011-01-10 07:39

(아주경제 김유경 방영덕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 인수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6∼7곳 정도가 인수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자체적으로 후보군을 추리면서도 금융당국과 협의해 매물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금융지주사, 인수후보 본격 물색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실무진을 중심으로 인수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조만간 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상반기 중 인수를 마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감독당국과 경영정상화 약정(MOU)을 맺은 61개 저축은행 가운데 자산 규모 1조원 이상인 업체의 재무상태를 집중적으로 관찰 중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8곳이 1차 인수 후보군에 포함된다.

자산 규모 1조원 이상을 기준으로 한 것은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를 내려면 어느 정도 덩치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금융은 저축은행 2곳 이상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시킬 계획이다.

또 규모가 큰 저축은행일수록 부실화할 경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도 감안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저축은행의 재무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다”며 “일단 1조원 이상인 곳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추린 뒤 예비실사 대상을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조원 이상 가운데 조건에 맞는 매물이 없으면 자산 규모를 낮춰 물색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6일 자율공시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들 살펴보고 있으며 감독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본격적으로 인수 준비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 인수 후보 6~7곳 전망

업계에서는 중앙부산·전주·삼화·예나래·서일·대성·삼보·대전·미래2저축은행 등이 주요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은 예전부터 매물로 나와있었기 때문에 금융지주사의 일차 관심대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큰 저축은행, 금융감독원과 MOU를 맺은 61개 저축은행 가운데 이행실적이 불량한 일부 업체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 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밑으로 떨어진 저축은행을 지칭하며, BIS비율 5∼3%는 경영개선권고, 3∼1%는 경영개선요구, 1% 미만은 경영개선명령을 내리고 있다.

경영개선요구 때에는 감자나 위험가중자산의 매각, 경영개선명령 때에는 영업정지는 물론 합병계획수립 등을 지도할 수 있어 정상화가 불투명할 경우 저축은행의 의사와 무관하게 당국이 매각 등 필요한 조처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3개 저축은행의 매각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작년 12월말 기준으로 결산을 해보면 6∼7곳 안팎이 (매각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정부 “장기저리대출, 부실자산 인수 등 검토”

정부는 금융지주사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부실 저축은행 M&A에 한해 선별적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저축은행 인수가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줄인다는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며 “금융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은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경우까지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융지주사들이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저축은행을 인수할때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험기금을 통해 순자산 부족분을 메워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기금의 장기 저리 대출이 있다. 저축은행의 전신인 상호신용금고 시절 인수 때 이 방법이 동원된 적이 있다.

예보가 해당 저축은행의 부실자산을 인수해 부실을 털어내는 방식으로 순자산 부족분을 채워주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

예보가 아예 저축은행에 출연.출자를 통해 자본건전성을 높인 뒤 금융지주에 매각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예보가 해당 저축은행의 대주주 지위에 오르고 금융지주와 매각 협상을 하는 단계를 거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각 절차와 지원 방식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를 진행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매각이 성사되는 시기는 아무리 빨라도 3월 이후일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M&A 과정의 매각 협상에 시간이 걸리는데다 지원 실탄 확보에 필요한 예보기금내 공동계정 설치 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나 처리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동계정 설치 문제는 그동안 은행.보험.증권 등 비저축은행 권역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냈으나 최근 정부가 수정안을 낸 이후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수정안 이후 보험과 증권 권역은 적극 협조하겠다는 태도이고, 은행도 반대 입장이 많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