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지키는 '디지털민병대' 출현
2010-12-10 15:37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국경을 초월한 해커들이 사이버 세상의 새로운 위험조직으로 부상했다. 최근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샌지가 영국경찰에 체포당하자 해커들이 트위터를 기반으로 카드사를 공격하는 등 단체 행동을 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미국 일간지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CSM)는 9일(현지시간) 자신의 뜻에 따라 뭉쳐지고 흩어지는 해커들이 인터넷 보안과 관련해 무시 못할 세력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오퍼레이션페이백(보복작전)'이라는 집단행동에 가담한 익명의 사이버 조직원들은 어샌지가 성추행혐의로 체포되자 위키리크스와의 거래를 끊은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포스트파이낸스 등의 업체 웹사이트에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가했다.
DDoS공격은 여러 사이버 공격자들이 동시에 특정 웹사이트에 천문학적인 건수의 질문을 쏟아냄으로써 해당 웹사이트의기능을 정지시키는 인터넷 공격기법이다. CSM은 이같은 방식이 기술적으로 전혀 새롭지도 진보된 방식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이 오래된 디지털 공격 방식과 트위터 등을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의 사용이 '점차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조직들은 새로운 참여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인터넷 전역에 자신들의 입장과 관련된 전단을 살포하고 있으며 채팅포럼을 열고 있다. 해커조직의 비공식 대변인 그레그 하우쉬는 “온라인에서 우리와 함께 결과를 이끌어낸다면 당신도 역시 우리 조직의 일원”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보안업체 판다랩은 지난 6일 이 해커들이 페이팔을 공격하기 전 “누구든 위키리크스를 검열하려 든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 트위터, 다음은 네 차례”라고 적힌 온라인 전단도 살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웹사이트들도 반격에 나섰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9일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해커들의 계정을 폐쇄했다.
SCM은 이같이 집단적인 사이버 공격이 과거엔 애국주의로 선동돼 일어났었다며 중국의 예를 소개했다.
중국 해커들은 지난 1999년 미국의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에 분개해 미국 정부 웹사이트를 포함한 수십 곳을 공격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미국 정부 웹사이트에 올린 바 있다.
이 해커들은 비슷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과 상반된 가치를 내보이는 조직을 주요 표적으로 삼아 공격하고 있다. 과거엔 백인우월주의자 웹사이트, 유튜브, 신종종교인 사이언톨로지 등이 곧잘 공격당했다.
온라인집단을 연구하는 패트릭 언더우드 워싱턴대학 연구원은 “이들은 익명 조직으로 불리는데 정말이지 익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 명칭 아래 인터넷에서 우리 주장을 펴자'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대학의 데이브 디트리히는 “해커들은 이처럼 사이버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화가 났음을 표시하고 해당 기관에 반대의 뜻을 나타낸다”며 “지금은 익명일지라도 조직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