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물가·연체율↑… 한국경제 '뇌관' 떠오르나

2010-10-18 15:54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소비자물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는 상황서 가계대출과 대출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어 가계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 말 현재 574조9697억원으로 전월보다 3조5576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올 1월 1조446억원 감소한 뒤 7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연초에 비해서는 24조2000억원 늘며 지난해 같은 기간(1~8월)의 21조5000억원보다도 2조7000억원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2009년 말 기준 153%인 가처분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올해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은 영국(161%)과 호주(155%)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올 들어 가계부채 증가폭이 확대되는 것은 마이너스통장, 예적금담보대출 등 기타대출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타대출이 늘었다는 것은 생활자금 수요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올해 월 평균 주택대출 증가액은 1조343억원으로, 지난해의 2조684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반면 기타대출은 올 월 평균 4446억원 증가하며, 지난해의 1650억원에 비해 3배 가량 확대됐다.

가계의 소득증가가 소비수준을 쫓아가지 못하며 부채만 늘고 있는 셈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체 가계신용 규모는 750조원으로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부채 증가 속도가 계속 빠른 점은 상당한 관심을 두고 봐야 하며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은 가계살림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시장금리 인상의 의지를 내비췄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에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2%대로 떨어지는 등 역행하는 모습이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 3.6%로 치솟는 등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도 올해 물가상승률을 당초 전망보다 0.1%포인트 높은 2.9%로 상향 조정했다. 해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해외발 인플레 압력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기관에 돈을 예치해 받을 수 있는 실질금리는 2.00%대 중후반으로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올 중반부터 가파르고 오르고 있는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세가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보험·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 6월 말 현재 1.97%로 지난해 말의 1.76%보다 0.21%포인트 급등했다.

또 8월 말 현재 은행권 전체 원화 대출 연체율은 전월보다 0.23% 오른 1.5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금리가 오를 경우 중하층의 가계 대출 부담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주택버블 등이 꺼져 집값이 내려간다면 중산층까지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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