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걸 테면 거세요”… 한국 경시하는 수입차업계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벤츠·BMW 등 수입차 업계가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총 5만대 가까이 판매하며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낼 전망이다. 내수시장 점유율도 벌써 8%선까지 끌어올렸다.
이처럼 수입차가 국내 사회에 미치는 역할은 커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로 외면하고 있어, 이에 따른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올 7월까지 8900여대를 판매하며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경우 잇따른 지적에도 ‘잘 팔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경영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소송 걸 테면 거세요”= 벤츠코리아는 각종 소송 및 조사에 휘말려 왔다. 하지만 ‘법적으로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 및 협력사에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개인 소비자의 경우 업체를 상대로 이길 가능성이 적어 분통을 터뜨릴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11일에는 지난 2008년 벤츠 E220를 몰다 급발진 추정 사고로 피해를 입은 조 씨의 항소심이 있었지만 법원은 결국 벤츠코리아의 손을 들어 줬다.
1심에서는 ‘제조사가 결함없음을 입증하라’며 소비자 편을 들어줬지만 이번 항소심에서는 ‘(제조사가 아닌) 판매사가 제조물에 대한 법리적 책임을 질 수 없다’며 벤츠코리아의 편을 들었다.
소규모 딜러사도 마찬가지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2006년부터 분당지역 딜러 유진앤컴퍼니와 법정 공방을 벌였으나 결과적으로 이 지역 딜러권은 벤츠코리아와 지분 관계가 있는 한성자동차 등에 넘어갔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가격이 높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BMW.렉서스가 200억원대 과징금을 받은 것과 대조된다.
이 같은 사례가 이어지며 벤츠코리아의 베짱 경영에 대한 자신감은 더 높아지고 있는 것.
이 같은 이면에는 ‘벤츠는 좋다’는 국내 소비자의 맹목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 가격 담합, 비싼 부품가 등 문제가 제기될 때도 벤츠의 판매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광고는 ‘잔뜩’… 사회공헌은 ‘찔끔’= 광고비는 잔뜩 쏟는 데 비해 국내 사회공헌에는 턱없이 낮은 비용을 쓰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2007년 132억원을 광고선전비에 쏟은 반면 기부금은 5200억원에 불과, 생생내기에 그쳤다. 같은 해 벤츠의 매출은 5030억원, 영업익은 80억원이었다.
회사는 지난해도 매출 6751억원, 25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실적이 확실시된다. 잠시 100억원 선으로 낮춘 광고비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
하지만 사회공헌 비용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사회공헌은 매출에 직접적 영향이 없는 만큼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올 4월 말 열린 부산국제모터쇼의 불참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열린 중국 베이징모터쇼에는 각 회사 CEO들이 한자리에 모이며 더 큰 대조를 이뤘다.
이번 모터쇼에 전 수입차 업계는 이번 행사에 일제히 불참을 선언하며 부산 지역 단체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특히 현지 언론 및 부산여성NGO연합회 등 현지 지역시민단체는 수입차 불매운동 및 규탄대회를 열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랄트 베렌트 벤츠코리아 대표는 이에 “참가를 결정하던 2008년 당시 본사의 적자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며 “이에 따라 모든 모터쇼에 참가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당시 벤츠 본사는 24억 유로의 적자를 봤다. 하지만 벤츠코리아의 2008년 당시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5432억원과 그중 광고.마케팅에 평년과 비슷한 117억원을 사용했다.
nero@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