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비좁은 병실, 두 남자의 기상천외한 결투 '죽이고 싶은'
2010-08-18 10:25
천호진ㆍ유해진, 두 배우가 만드는 묘한 스릴러
(아주경제 인동민 기자)
과거의 상처로 틈만 나면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 민호(천호진). 어느 날 자신이 입원해 있는 2인 병실에 평생을 찾아 헤매던 철전지 원수 상업(유해진)이 전신 마비에 기억상실 상태로 실려 온다. 일단 자살은 뒤로 미루고 어떻게 해서든 꼭 살아남아 놈을 죽이기로 결심한 민호는 복수를 계획한다.
어느 날 깨어나 보니 몸은 꼼짝도 할 수 없고 기억도 전부 사라진 상업. 바로 옆 환자 민호에게 매일같이 생사를 오가는 공격을 당하면서 잃어버린 기억을 조금씩 되찾는다. 드디어 모든 기억이 돌아온 상업은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원수가 민호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를 향한 반격을 시작하는데….
뻔한 공식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주류 상업영화에 경종을 울릴 작품이 찾아온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연기파 배우 천호진과 맡는 역마다 주인공보다 더 인상적인 연기로 개성파 배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유해진.
두 사람이 영화 ‘죽이고 싶은’에서 서로를 죽이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 민호와 상업 역으로 연기 대결을 펼친다.
죽이고 싶은은 2인용 병실에 입원한 전신마비 환자 두 사람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는 내용을 그렸다. 2009년 영화진흥위원회 장편영화 제작지원 사업에서 307편의 후보작 중 최종 당선작 10편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가장 뜨거운 호평을 받은 작품답게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다. 또 코미디ㆍ액션ㆍ스릴러 등의 장르적 특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재기 발랄한 소재와 독특한 설정을 갖고 있다.
숱하게 자살을 시도하며 죽기만을 바랬던 한 남자가 평생을 찾아 헤맸던 죽이고 싶은 원수를 만나 살고 싶어진다는 아이러니한 설정에서는 강한 드라마를 느낄 수 있다. 비누ㆍ효자손ㆍ구슬 등 일상의 소소한 도구들이 필살 무기로 돌변하는 재기 넘치는 설정에서는 코미디가 엄습한다.
또한 두 남자가 엇갈린 기억의 몽타주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잘 짜진 미스터리 스릴러의 진수를 맛 볼 수 있다. 특히 그들이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는 엔딩 결투신은 명불허전. 병실의 천정에서 터지는 스프링쿨러를 장대비처럼 맞으며 최후의 결전을 위해 대치하는 두 사람의 비장한 모습은 한국 영화사에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만큼 강렬한 한방을 선사한다.
영화의 90%에 달하는 분량을 소화한 천호진과 유해진은 한정된 공간, 온종일 누워 있는 환자 역할을 맡아 신체적, 정신적으로 부담스러운 한계 상황에서도 높은 연기 몰입도와 최고의 호흡으로 최상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둘 중 한명은 죽임을 당해야 하는 극한 상황임에도 중간 중간의 톡톡 튀는 재치 있는 대사와 설정은 영화의 매력을 한층 부각시킨다.
천호진의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기 변신과 코미디ㆍ스릴러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유해진의 연기 감각이 어우러지며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한편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과 ‘잘했군 잘했어’로 톡톡 튀는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여배우 서요림은 항상 밝은 얼굴로 그들의 곁을 지키는 ‘하 간호사’ 역으로 출연해 두 사람과 호흡을 맞춘다.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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