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박근혜 비판'에 친박 '부글부글'

2010-08-04 11:55
계파 해체 등 당 화합에 '찬물' 우려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잘 해보려고 하면 꼭 한 번씩 그런 소리가 나온다니까….” (서병수 최고위원)

계파 해체 등 정권 재창출을 위한 당 화합에 속도를 내고 있는 한나라당에 일순간 ‘찬물’이 끼얹어졌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국가 지도자로서의 덕목을 거론하며 박근혜 전 대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는 국가 지도자 덕목 10개 중 7개 정도는 아주 출중하고 훌륭하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차기 대통령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의 비용을 지불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으며, “박 전 대표를 군주처럼 모시려는 못난 사람들은 민주주의 개념이 없다”고 일부 친박(親朴)계 인사들을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과거 박근혜 대표 재임시 당 사무총장으로서 그를 보좌한데다 지난 17대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을 거친 뒤로는 친박계 ‘좌장’으로 불릴 정도로 박 전 대표 측의 핵심 인사로 활약해온 인물로, 올해 초 세종시 수정안 처리 문제를 두고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친박 그룹과 갈등을 겪던 와중에도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그러던 그가 이처럼 박 전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쏟아낸 것을 두고 당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의 생각이 이젠 달라진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처음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뒤 친박계 인사들은 “(김 원내대표의 진의가 뭔지) 잘 모르겠다”며 대체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4선 관록’의 김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해(害)가 될 수 있는 말을 그렇게 쉽게 했겠냐”는 이유에서였다.

아울러 일부에선 “박 전 대표 본인보다는 주변 측근들이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을 김 원내대표가 강조한 것 같다”며 “그 정도 얘기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김 원내대표의 인터뷰 내용엔 “거기(박 전 대표 측근)서 안 알아주니까 결정적인 문제를 고쳐서 박 전 대표를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을 이제 거의 소진해 버렸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박 전 대표의 '가신(家臣)' 그룹을 중심으로 김 원내대표 발언에 대한 불만이 노골화되고 있는 모습.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민주주의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소중한 철학과 가치를 폄하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이달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과 관련, 김 원내대표가 “현실 정치는 뭔가 주고받는 것”이라고 언급한데 대해서도 “구태정치”라고 비판한 뒤, “당이 화합하자는 상황에서 그런 발언을 한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 “잘 해보려고 하면 꼭 한 번씩 그런 소리가 나온다”고 김 원내대표를 향해 볼멘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동석한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발언 내용은 “이미 다 나왔던 얘기들이다”며 직접적인 대응을 삼갔다.

한편 이런 가운데 이날 회의에선 정의화 국회부의장이 지난달 27일 장제원 의원에 이어 친이(親李)계 모임인 ‘국민통합포럼’과 ‘함께 내일로’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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