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비교 안 되는 '車 할부금리 비교 사이트'
(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금리 인하 유도를 위해 도입된 '자동차 할부 맞춤형 비교공시 시스템'이 사실상 제구실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피탈업계는 비교공시 시스템이 금리 인하를 이끌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6일 여신금융협회 및 캐피탈업계에 따르면 여신협회는 5일 자동차 할부 상품을 취급하는 캐피탈사들의 금리 정보를 제공하는 '맞춤형 비교공시 시스템'을 개통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자동차할부 이용자가 스스로 캐피탈사간 취급조건을 비교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시스템 구축으로 이자율이 가장 저렴한 여전사를 원스톱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자동차 할부 금리 비교 선택이 원활해짐에 따라 여신전문금융회사간 금리 인하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제로 개통된 시스템은 금리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리가 '몇%' 식이 아닌 '몇%에서 몇% 사이'와 같은 방식으로 공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아자동차의 'K7'을 현금구매비율 20%, 대출기간 24개월로 검색하면 금리와 취급수수료를 포함한 실제연율은 현대캐피탈이 9.49~12.25%, 아주캐피탈이 9.08~11.71%로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느 캐피탈사가 더 저렴한 금리를 제시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신차의 경우 차종과 현금 지급 비율, 할부기간만 정해지면 고객 신용도와 상관없이 동일한 금리가 제공된다. 따라서 실제로는 해당 금리가 정확하게 산출될 수 있음에도 공시는 이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취급수수료를 제외한 YF소나타 24개월 할부금리는 현대캐피탈은 5.9%지만 공시는 5.90~8.25%로 돼있다. 아주캐피탈은 YF소나타 금리를 5.50~8.75%로 공시했지만 실제로 5.50%는 제휴 카드를 통한 저금리 상품이며, 일반 할부 상품에는 8.70%의 금리를 채택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이달 들어 아반떼 24개월 무이자 할부 행사를 진행 중이지만 공시는 0.00~8.75%로 표시돼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이전에는 금리폭이 굉장히 넓었는데 이번 시스템 개통으로 금리대를 2~3% 수준으로 줄인 것"이라며 "조금 시간이 지나면 캐피탈사들이 공시하는 금리의 폭이 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캐피탈업계는 할부금리 비교공시 시스템이 금리 인하를 유도할 것이란 기대에 대해서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차 할부 구매자들은 전반적으로 금리보다 접근성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할부 금리는 조달원가, 영업비용,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며 "이렇게 공시를 한다고 해서 자연히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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