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 지방선거 앞두고 '숨고르기'
2010-03-28 11:48
상반기 중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이 하반기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오는 6월 2일로 예정돼 있어 당국으로서는 우리금융 매각에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운 실정이다.
28일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일러도 오는 6월은 돼야 우리금융 민영화 최종 계획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전에 구체적인 매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은 시장 전문가들을 상대로 여러 시나리오와 방법을 듣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올 초부터 우리금융 민영화를 강하게 추진하던 금융당국이 최근 들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오는 6월 예정된 지방선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선거철을 앞우고 인수·합병(M&A) 등 복잡한 문제를 꺼내들었다가 정국을 뒤숭숭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새판짜기의 중심인 우리금융 매각을 선거철에 진행할 경우 정·관계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유력 인수 후보인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등이 최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마치고 본격적인 올해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여 금융당국도 여유를 갖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민영화 작업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면 우리금융 산하 지방은행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분리 매각하지 않아도 돼 유리하다.
또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이 내년 6월까지 임기를 다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 등 내외부적으로 안정적인 매각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조급할 필요도 없다.
다만 우리금융 매각 시나리오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이전에는 나올 전망이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5년째 끌어온 작업이라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는 데다, G20 의장국으로서 금융선진화를 위한 '변화'를 대외에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관계와 금융당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늦추고 있다"며 "하지만 연말에 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11월 이전에는 구체적인 윤곽은 그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우리금융의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국내외 4개 증권사를 우리금융 매각 주간사로 선정하고, 우리금융의 3개월 지분매각 제한(락업, lock-up)을 해제한 바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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