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포커스] 원조보다 '따라쟁이'가 낫다?

2010-03-26 08:08
HBR, "모방이 혁신보다 더 큰 가치 창출"

맥도날드, 월마트, 아이팟(iPod)…. 두 말할 나위 없는 세계 톱 브랜드들이다. 이들이 세계 최고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놀랍게도 '모방'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 셈이다.

오디드 셴카(Oded Shenkar)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피셔경영대학원 교수는 세계적인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4월호)에서 모방이 혁신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화이트캐슬(위)과 맥도날드 로고
사례 연구 결과 48개의 혁신 성과 가운데 70%가 넘는 34개가 복제됐으며 혁신이 창출한 가치의 98%가 '따라쟁이(copycat)'들에게 새나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셴커 교수는 모방의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모방 속도 역시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미국 자동차 메이커 크라이슬러가 1984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미니밴'의 경우 9년이 지나서야 모방 차종이 출시됐다.

하지만 중국의 체리자동차는 채 1년도 안 돼 GM대우의 '마티즈(시보레 스파크)' 짝퉁 모델 'QQ'를 내놨다. 게다가 QQ는 중국에서 마티즈보다 6배나 더 팔렸다.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iPad)'는 다음달 시판을 앞두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벌써 짝퉁 아이패드가 등장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경쟁업체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 때까지 마냥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셴커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성공한 모방 기업들은 쉼 없이 모방할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사냥에서는 업종의 경계나 국경도 문제되지 않는다. 

 
 
 
1960년대 코빗 매장(위)과 최근 월마트 매장 
그는 지능적으로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게 진정한 모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막대한 비용 탓에 특허로 보호되는 제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노력한 만큼 값진 모방 대상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셴커 교수는 또 일류 모방 기업들은 결코 남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데서 만족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훔쳐낸 아이디어로 원조보다 가격이 싸고 품질이 더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는 것이다. 원조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는 게 큰 이점이다. 

모방 기업보다 평균 30% 이상의 비용을 더 투입한 혁신 기업으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셴커 교수는 모방을 혁신의 발판으로 삼아 성공한 기업으로 맥도날드와 월마트, 애플, 비자카드 등을 꼽았다. 

 
 
 
MP맨(위)과 아이팟
맥도날드는 세계 최초 햄버거 체인 '화이트캐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월마트는 할인점의 효시로 꼽히는 코벳(Korvette)의 운영방식을 참고했다. 우리나라의 새한정보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MP3 플레이어 'MP맨'은 애플이 아이팟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디너스클럽이 만든 플래스틱카드에 대한 회의적인 여론을 거스르고 일류 카드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센커 교수는 기업도 이제는 모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방 기업이라는 오명을 얻을까봐 음지에서 전략 없이 행하는 모방을 통해서는 잠재된 가치를 모두 끄집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자들도 과거에는 모방을 유인원과 같은 동물이나 아이, 정신지체장애인 등이나 하는 수준 낮은 행동으로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고도의 지능과 고급 인지능력의 산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셴커 교수는 "유인원이 적잖은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적대적인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모방 능력 덕분이었다"며 "기업도 정글과 같은 냉혹한 경쟁에서 생존하려면 모방 기술을 섭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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