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M&A 장터 열린다
인수ㆍ합병(M&A) 시장이 쏟아지는 대형 매물 덕분에 긴 불황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유례없는 침체를 겪었던 M&A 업계는 잇따를 매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국내외 기업 대부분은 금융위기 여파로 M&A 같은 공격적 경영 전략을 포기하고 내실 경영에 주력해 왔다. M&A 시장에서 돈줄 역할을 했던 금융권도 이번 위기 탓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세계적 투자은행(IB) 역시 마찬가지다.
이 여파가 당장 사라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증권가는 M&A 시장에 대거 등장할 대형 매물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미뤄 온 매물이 줄줄이 주인 찾기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매각 유찰을 겪었던 하이닉스가 먼저 매물로 나왔다. 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하이닉스를 매각하면 현대건설도 팔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지분이 산업은행에서 정책금융공사로 넘어간 점도 현대건설 매각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에 소극적이었던 산업은행이 입장을 바꾼 것"이라며 "정책금융공사도 재원 마련을 위해 지분을 빨리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포스코가 인수 의향서를 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인수 의사를 강하게 밝혀 온 만큼 M&A 성사는 무난할 것으로 점쳐진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에 이어 대우조선해양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금성 자산만 7조원에 달하는 포스코가 M&A 시장에서 최대 고객으로 떠오른 것이다.
산업은행도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마치면 곧장 대우조선해양을 매물로 내놓을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가도 6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떨어져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쌍용건설과 쌍용자동차 또한 매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캠코는 하반기에 쌍용건설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쌍용차도 M&A 주간사로 삼정KPMGㆍ맥쿼리ㆍ세종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금융권도 민영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최근 외환은행 매각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이 매각이 성공하면 외환은행은 2003년 12억달러에 론스타에 팔린 지 7년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된다. 외환은행을 다른 시중은행이 인수한다면 자산 규모로 절대적 선두로 올라설 수도 있다.
공기업 매물도 시장에 쏟아진다. 정부는 내년부터 인천공항공사ㆍ한국공항공사ㆍ대한주택보증을 포함한 8개 공기업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매물 증가에 비해 기업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어서 지속적으로 매수자가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며 "M&A 시기를 저울질해 온 회사라면 올해가 싼 값에 매물을 사들일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M&A 매물을 시장이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전히 불투명한 경기 전망 탓에 기업이 대형 매물 인수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대우건설이 업계 1위 업체란 명성에도 번번이 매각에 실패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단위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빅딜과 함께 1000억원 미만인 스몰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규모 자금 동원에 대한 부담을 피할 수 있고 안전하게 신사업 기회도 모색할 수 있다. M&A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이나 LG도 최근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몰딜은 불경기에 더욱 관심을 가질 만하다"며 "자기자본 내에서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무리한 M&A로 기업 전체가 발목을 잡히는 일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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