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전기자동차의 패러다임 시프트

2010-03-24 08:06

오는 30일부터 저속형 전기자동차도 도로를 주행할 수 있게 법과 제도가 완비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명실상부한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린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자동차산업 자체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끌고 있다. 친환경, 신성장 동력산업으로서 뿐 아니라 기존의 자동차와는 달리 복잡한 엔진도 없고 부품 수도 적기 때문에 기존의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속속 뛰어들면서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바꿔가고 있는 중이다.

전기자동차로의 급속한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나라들 중에서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나라들은 미국과 중국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두 나라는 지난해 말, 양국 정상들의 만남을 통해 향후 전기자동차의 연구, 개발, 표준화를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외국 차들에 의해 거의 점령당하다시피한 자국의 자동차 시장을 전기자동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되찾아오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숨은 전략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미국은 자동차 산업에의 금융지원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친환경차 생산라인으로의 전환을 내세웠다. GM과 같은 기존의 자동차사뿐 아니라 테슬러모터스와 같은 신생 전기자동차 전문기업들에게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자동차 산업에서의 주도권 탈환을 위해서는 기존의 내연기관보다는 전기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미국 기업들은 한국의 대기업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모자라 한국의 중, 소 배터리 전문기업들을 인수하면서 까지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할 채비를 마쳤다.

작년에 천삼백만 대의 자동차가 판매돼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 된 중국. 지난 해 중국 내에서 판매된 전기자동차는 모두 12만대. 2011년 까지 판매되는 승용차의 5퍼센트를 전기자동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같은 친환경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는 이미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엔 전기오토바이나 전기자전거가 이미 일상화 되어있어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거부감도 거의 없다. 그리고 전기자동차를 사면 정부가 보조금까지 지급할 정도로 전기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세계 자본 시장도 전기자동차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8년 9월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중국의 전기자동차 회사에 2억 3천만 달러를 투자했던 워렌 버핏을 필두로 벤처캐피탈은 물론 구글과 같은 인터넷 회사들까지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들이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해가는 것에 발 맞춰 우리 정부도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고속형 전기자동차 관련법은 이미 작년에 마련되었으며 올해는 마침내 저속형 전기자동차까지도 도로를 주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기자동차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들이 있다.

첫째, 충전 인프라의 확충이다. 언제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한 충전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충전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않고는 전기자동차를 활성화 시킬 수 없다.

둘째, 전기자동차 구입에 따른 보조금 지급제도의 시행이다. 기술개발이 이제 막 시작된데다 시장규모도 크지 않은 탓에 현재 전기자동차의 가격이 내연기관차량에 비해 상당히 비싼 형편이다. 이러한 초기의 가격 격차를 좁혀서 전기차가 신성장 동력으로 클 수 있도록 해 줄 보조금지급제도가 시급한 실정이다.

끝으로, 모두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의 속도와 주행거리 같은 기계적 성능이 아직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적 성능 보다는 오히려 무공해라는 환경적 성능을 더 중요한 가치로 평가하는 인식의 변환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는 아직은 기존의 차량에 비해 조금 더 비싸고 다소 불편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모두에게 득이 되는 친환경, 고효율의 운송수단 임은 분명하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고유가, 실업문제라는 삼각파도를 돌파할 수 있는 전기자동차, 그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제 우리 손에 달려있다.

원춘건 전기차산업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