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오의 감춰진 개성, 한국에 퍼지다
색채의 연금술사로 자리매김
독특한 화풍, 20세기 현대미술의 대명사
그간 미공개∙미완성 작품 등 14점 포함
야수파, 입체주의, 표현주의. 이렇게 미술계가 확실히 나누어져 있었을 때, 단 한사람의 화풍은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못했다. 그가 바로 조르주 루오다. 그는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구축해 20세기 현대 미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조르주 루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오는 3월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다.
조르주 루오는 프랑스 출신 화가로 자신이 서민출신인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가 어렸을 적 즐겨보던 광대의 모습은 작품에서 자주 등장한다. 작품 ‘서커스’에서 광대는 현대사회의 소외된 계층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나타난다. 광대는 대중을 위해 겉으로는 웃지만 내면에는 슬픔과 외로움이 있는 사람이다. 루오는 이를 통해 우리사회의 무관심을 고발했다.
종교화가로 잘 알려진 루오이기에 종교에 대한 메시지도 역시 작품에 담겼다. 실제 기독교도인 루오는 그리스도를 작품의 주요 주제로 다뤘다. 작품 ‘십자고상’에서는 십자가의 변화를 통해 상징적 흥미를 일깨운다. 그리스도의 몸은 장식성을 띄고 얼굴은 이목구비가 없어 인물의 성격이 없다. 대상을 단순화 시킨 것이다. 그리스도의 몸에서 v자가 되는 가슴과 두 팔의 신체는 상징적 힘이 부여된다. 이는 그리스도의 눈부신 부활을 뜻한다.
기존작품 외에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도 14점에 달한다. 이밖에 미완성 작품도 있다. 루오와 독점 계약을 맺은 볼라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그의 유족들은 루오의 작업실을 빼앗았다. 따라서 루오는 작업실에 있던 미완성작도 완성할 수 없었다. 그는 작품을 되찾기 위한 소송에서 이긴다. 미완성작을 되찾은 루오의 당시 나이는 68세. 루오는 자신이 사는 동안 작품을 완성시키지 못할 것을 예견해, 미완성 작품은 불에 태워버렸다.
남은 미완성 작품은 동일한 주제, 구도로 여러 작품으로 전시되어 루오의 작품 발전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미완성 작품 중 ‘소녀와 공장채색’, ‘가을야경’이 있다. ‘소녀와 공장채색’은 솔리떼르 거리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곳은 루오가 유년기에 좋아했던 곳으로 작품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소녀들의 위에 있는 아치형 건물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소녀들은 관객의 시선의 움직임을 이끌어 자연스럽게 시선이 배경으로 돌아가게 한다. 루오는 특히 산업용 굴뚝을 집중적으로 반복하여 작업했다. 자신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작품을 그린 작가의 완벽 주의적 성향을 엿볼 수 있다. ‘가을야경’의 배경은 시클라멘길로 루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날 저무는 것에 얼마나 민감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전시회의 후반부에는 미제레레 판화작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미제레레는 ‘하느님,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 연작판화는 루오가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 십자가를 카타르시스로 삼아 작업한 것이다. 미제레레 판화의 대부분은 전쟁이 주제. 작품 중 ‘나의 포근한 고향이여 당신은 어디에 있소?’는 전쟁 후 폐허가 된 도시를 묘사하였다. 이는 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아이티를 연상케 한다.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기 위해 계속해서 그릴 수 있는 양피지 시스템을 활용했던 작가. 완벽주의자 루오의 개성을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색채의 연금술사 ‘루오전’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열리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시간은 오후 7시까지이며, 금요일은 9시까지 특별 연장한다. 금요일에는 포토데이로 전시장 내에서 자유롭게 사진촬영을 할 수 있다. 일반 12000원, 청소년은 9000원.
고은빛 그린리포터∙중앙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