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광화문통신] 이해관계 얽힌 '010 통합'

2010-03-15 18:11

이동전화 식별번호인 011ㆍ016ㆍ017ㆍ018ㆍ019는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을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전화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하는 데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요즘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3세대(3G)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중 010 식별번호 사용자 비율이 현재 80%를 넘어섰다.

방통위는 010 가입자가 80%에 이르는 시점에서 기존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합할 계획이었으나 현재 일단 보류된 상태다.

이동통신사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데다 정치권·시민단체 등의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010 통합정책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의 전신인 옛 정보통신부는 지난 2004년 이동전화 식별번호자원의 부족과 SK텔레콤의 식별번호인 '011' 등 특정번호의 브랜드화를 방지하기 위해 010 번호통합을 추진했었다.

2세대(2G) 가입자가 3G로 전환할 경우 010으로 식별번호를 바꾸게 했으며 신규 가입자는 무조건 010 번호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011ㆍ016ㆍ017ㆍ018ㆍ019 식별번호 사용자는 번호를 010으로 바꾸지 않고는 3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통사들의 경우 각사별로 010 통합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르다.

010 통합에 가장 적극적인 이통사는 KT다. 3G 가입자 확보에 올인하고 있는 KT로서는 010 통합을 통해 2G 가입자의 3G 전환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늦어도 내년까지 자사 2G 가입자를 3G로 모두 전환하도록 적극 나설 계획이다.

KT에 010 통합정책은 기지국의 효율적인 관리는 물론 경쟁사인 SK텔레콤의 2G 황금주파수에 따른 '011' 브랜드화를 막을 수 있어 '1석2조'다.

통합LG텔레콤에도 010 통합은 나쁘지 않다. 기존 식별번호 때문에 이통사를 옮기지 않는 가입자들을 번호이동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SK텔레콤은 강제적인 통합 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SK텔레콤의 011 가입자는 45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011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가입자들이다. 따라서 강제 통합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러한 골수 가입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순리에 맞는 통합정책을 원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는 물론 이통사들도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존재해 방통위는 010 통합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통위는 올 상반기 중 010 통합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따라서 정책토론회·공청회 등을 열어 소비자·이통사·학계·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소비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010 가입자 비율이 95%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통합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번호통합을 강제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010 가입자가 90%가 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010 통합에 대한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이통사에 유리하거나 지나치게 소비자 편익만 고려해 정책을 마련한다면 부작용이 날 수밖에 없다.

이통사들의 이해관계는 물론 소비자의 편익을 모두 고려한 합리적인 해법을 제시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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