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검거 당시 어땠나
부산 여중생 이모(13) 양의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사건발생 15일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 사상경찰서 수사본부는 10일 오후 2시45분께 부산 사상구 삼락동 덕포시장 인근 현대골드빌라 주차장 앞에서 김 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도주.은신하는 동안 음식을 제대로 못 먹었는지 장발에다 얼굴이 마르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김 씨의 검거는 이양 실종 15일, 공개수사 전환 12일, 김 씨 공개수배 9일, 이양 시신발견 5일 만이다.
◇검거 순간 = 경찰은 이날 덕포시장에서 음식물이 자주 없어진다는 신고를 받고 검거팀을 집중 투입해 포위망을 압축해 나가던 중 현대골드빌라 옥상쪽에서 인기척에 놀라 달아나는 김 씨를 발견했다.
경찰이 '길태다'라고 소리를 치자 3층 옥상을 통해 인근 빌라로 뛰어 넘어간 뒤 다시 빌라와 빌라 사이의 50cm 정도 되는 좁은 틈에 등과 발을 밀착시켜 지상으로 도주했다.
1층에 내려가서는 뛰지 않고 애써 태연한 모습으로 주차장으로 나오다 이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 4명에게 가로막혔다.
김 씨는 이때 눈을 마주친 경찰관 한명의 얼굴을 손으로 후려쳐 넘어뜨리고 30여m를 도주했으며, 이 순간 앞뒤로 달려온 경찰관 3∼4명이 김 씨를 제압, 발버둥치는 김 씨를 검거했다. 김 씨의 검거 당시 주변에 있던 시민들도 김 씨의 앞을 가로막는 등 검거에 도움을 줬다.
김 씨는 검거 당시 후드 티에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경찰은 그동안 인권침해 등을 우려, 압송 과정에 흉악범들에게 모자를 씌우거나 마스크, 수건 등으로 얼굴을 가려왔으나 이날은 김 씨의 얼굴을 이레적으로 완전히 공개했다.
김 씨 검거 장소는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곳으로 추정되는 덕포동 재개발지역과 300∼400m 거리에 위치해 있다.
◇범행 부인ㆍ묵비권 행사 = 김 씨는 검거후 사상경찰서로 압송 직전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그는 '여중생 이 양을 아느냐', '범행을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 저었고 '그러면 왜 그동안 도망다녔느냐'고 묻자 "그전에 한 일(지난 1월 부산 사상구에서 귀가하는 30대 여성을 인근 옥상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 때문에 도망다녔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범행을 부인하고 상황에 따라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는 범행과 관련 없는 질문에는 대체로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 있으나 '여중생 이 양을 아느냐'는 조사관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하거나 이 양의 집에도 가본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김길태는 겉으론 담담해보이지만 분명 정신적으론 패닉 상태"라며 "그는 이번 사건의 혐의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한 가닥 기대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그물망식' 수색 주효 = 부산경찰청은 지난 8일 갑호비상근무 발령과 함께 형사 총동원령을 내려 김 씨가 은신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상구 덕포동 재개발지역 부근 폐가와 빈집 등을 샅샅이 뒤졌다.
수색에는 하루 평균 4천500여명, 지난달 24일 이 양 실종이후 지금까지 연인원 2만여명이 투입됐다.
이날도 경찰은 김 씨가 사상구 일대를 벗어났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수사전문인력과 기동대 병력을 집중투입해 덕포시장 일대의 빈집을 반복 수색하던 중 김 씨를 검거했다.
특히 9일부터 김 씨가 은신처를 찾아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오후 8∼11시와 취약시간대인 오전 3∼6시에 덕포동에 수천명의 경찰을 한꺼번에 풀어 '그물망식'으로 체포작전을 벌인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 혐의 입증에 주력 = 김 씨는 지난달 24일 부산 사상구의 한 다가구 주택에서 이 양을 50여m 떨어진 빈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후 살해, 옥상 물탱크 안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씨를 상대로 성폭행과 살인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디에서 이뤄졌는지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자 이 양의 몸속에서 김 씨의 DNA가 검출되는 등 확고한 증거물이 있는 만큼 구속영장 신청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와함께 김 씨가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유사한 성폭행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김 씨가 그동안 잠을 자지 못해 피로를 호소함에 따라 일단 수면을 취하게 한 뒤 11일 오전부터 본격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김 씨 범죄 전력 = 김 씨는 19살이던 1996년 9월 폭력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집행유예 기간이던 1997년 7월 9살 여자 아이를 주택 옥상으로 끌고 가 돈을 빼앗고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2001년 4월 출소한 김 씨는 한달 만에 30대 여성을 납치해 친구 집 등으로 10일간 끌고 다니며 성폭행해 8년형을 선고받았다.
교도소에서 보낸 기간만 총 11년으로 지난해 6월 만기 출소한 김 씨는 출소 7개월만인 지난 1월23일 이 양 사건과 동일한 지역에서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인근 옥상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감금한 혐의(강간치상)로 수배를 받아오던 중이었다.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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