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례'없는 증권사 HTS 해킹 의혹만 키울까?
9일 모 방송사가 해커들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주식거래시스템인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시연해 보였다. HTS가 돈을 믿고 맡길 만큼 안전하지 못하다는 방송 내용은 시청자들이 언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기 충분했다. 취재에 응한 해커는 시연 후 인터뷰를 통해 "솔직히 너무 쉬워서 깜짝 놀랐다"고 말해 충격을 더했다.
요즘 주식투자자들은 대부분 증권사가 제공하는 HTS를 통해 주식거래를 하고 하루 거래 규모는 무려 7조원에 달한다. HTS가 해킹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혜 가능성이 부각된 보안 관련주는 오름세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안철수연구소 주가는 이날 장초반부터 급등세를 연출해 불안한 투자자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 했다.
하지만 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모방 범죄 예방과 함께 증권사 HTS마다 특색이 있는 만큼 회사 보호 차원에서 방송분에는 HTS 캡쳐 화면이 쓰였겠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전했다.이 전문가는 "충분히 전문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점은 다른 의혹을 키울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특히 서버로부터 시세를 내려 받아 개인 PC에서 차트를 생성하는 HTS프로그램 구조상, '주가 그래프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해커의 말은 그닥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주문과 계좌 관련 정보는 암호화 처리되며, 만약 암호화되지 않은 데이터는 서버에 올라가더라도 금방 적발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 1월 터져나온 증권사 HTS 해킹 가능성 보도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선제적 대응'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개월 전과 똑같은 사안이 재차 불거졌지만 이번 금감원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ㆍ운영한지 두 달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난 가운데 당초 내걸었던 선제적 대응을 위한 구체적 계획이나 방안도 전무하다. 아직까지 HTS 해킹으로 피해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 금융당국과 증권사가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실시간으로 수천 수만 건의 거래가 오가는 증권거래 특성상 '실례'가 생기면 그 파장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는 점이다.
아주경제=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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