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에 규제는 많고 지원은 적어"
산업계가 오는 4월 시행되는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에 대한 불만을 연일 터뜨리고 있다.
시행령에 규제가 너무 많이 담겨져 있는 반면 지원책은 적어 국가경쟁력이 저하되고, 기업체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1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2년 미래성장기반 구축 :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박태진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산업계가 녹색성장기본법 세부 원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박 원장은 "제조업 비중과 수출 의존도가 높고, 우리나라 주력 산업 상당부분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다"며 "특히 철강, 석유화학 등은 공정 효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 실질적인 에너지 감축 여력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녹색성장기본법과 그 시행령, 에너지목표 관리제, 배출권거래제, 탄소세 등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수단이 대부분 규제 성격"이라며 "반면 녹색산업 인프라 마련이나 신재생 산업 육성 정책은 상당부분 선언적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녹색성장에서 성장과 관련된 정책에 대해 조속히 확정, 홍보해주고 세부사항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부가 녹색성장 목표를 제시했는데, 과연 달성가능한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예를 들어 그린홈 100만호 조성 정책도, 목표를 가구 호수 확대에 두다 보니, 가구당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녹색성장에 대한 추진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기업측의 우려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며 "근로자 300인 이하 기업에 지원책이 집중되다보니 기업 스스로가 300인 이상 고용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듯이, 온실가스 관리대상 기업을 너무 광범위하게 두면 기업 스스로 신증축을 꺼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환경부가 온실가스 관리를, 지식경제부가 에너지소비 규제를 맡고 있어 이중 규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9일 이동근 신임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은 "업계 입장에서 볼 때 하나의 규제만 하는 것이 맞는 정책 방향"이라며 "각 부처에서 일종의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인데 업계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은 규제 위주로 돼 있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근본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상의는 이에 앞서 8일 국무총리실과 녹색성장위원회 등에 이같은 문제점 지적을 골자로 개선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산업계의 반발은 지난 3일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공청회에서도 나온 바 있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산업계의 우려를 녹색성장 추진 속도(speed)와 규제의 범위(scope), 추진체계의 시스템(system) 등 3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즉, 녹색성장으로 전환하려는 추진속도가 너무 빠르고, 온실가스 배출 등의 규제 범위가 너무 넓어 많은 기업들이 부담을 지게 되며, 정부의 추진체계가 명확하지 않아 이중규제 등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기종 녹색성장기획단장은 "국제적으로 선언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데에는 100% 만족할 수 없는 만큼 부처간 의견수렴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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