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권 수신이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시중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예대율을 낮추기 위해 여신에는 소극적인 모습이 보여 가계대출은 2개월 연속 하락했다.

◆ 은행수신 '껑충'… 가계대출 '주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수신은 지난달 말 현재 1040조2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6조9000억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2월 23조1000억원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다. 은행 수신이 급증한 것은 시중자금이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정기예금은 고금리 특판 종료에도 금리 경쟁력과 은행의 예대율 인하노력 등으로 전월보다 14조8000억원 증가한 415조원을 기록했다. 은행채는 7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고, 양도성예금증서(CD)는 1조원 감소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336조4000억원으로 9조7000억원 확대되며 증가전환했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월에 비해 2000억원 감소한 40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여타 대출이 설 상여금 지급과 소득세 환급 등으로 9000억원 줄었으며, 주택담보대출은 계절적 비수기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 등으로 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 기업대출은 513조2000억원으로 2조9000억원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전월(4조1000억원)에 비해 1조원 이상 축소됐다.

중소기업대출은 정부의 지원 축소와 우량기업 자금수요 저조 등으로 1조4000억원 증가하는 데 머물며 지난해 월평균 증가폭인 1조6000억원을 밑돌았다.

대기업대출은 중기대출 목표 설정 양해각서(MOU)가 종료된 영향 등으로 1조4000억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자금이 정기예금 등에 유입된 것 같다"며 "은행들이 늘어난 자금을 대출로 운용하는 대신 MMF 등에 맡기면서 자산운용사 수신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 자금 단기현상 완화..통화 증가폭 둔화

한은이 이날 함께 발표한 '2010년 1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협의통화(M1, 평잔)는 38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5.0% 늘어났다.

M1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19.6%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하며 지난해 3월(14.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M1은 현금ㆍ요구불예금ㆍ수시입출식예금 등 단기성 자금으로 구성된다.

M1에 2년 미만 정기예ㆍ적금을 비롯해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형상품과 기타수익증권 등을 포함한 광의통화(M2, 평잔) 전년 동기 대비 9.3% 늘어난 1574조2000억원을 나타냈다.

M2 증가액도 지난해 10월 16조원에서 11월 12조9000억원, 12월 5조9000억원, 올 1월 4조2000억원으로 축소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대율 규제로 고금리 특판 상품 판매를 늘리면서 2년미만 정기예ㆍ적금 평잔이 14조4000억원 증가했다"며 "하지만 CD같은 시장형상품 수신이 줄고 주식 환매 등으로 기타수익증권도 계속 감소해 M2가 증가세가 주춤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2월 금융시장 동향에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등으로 지난달 M2 증가율이 9%대 중반으로 반등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M2에 2년 이상 장기금융상품과 생명보험계약준비금ㆍ증권금융예수금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유동성(Lf) 평잔은 8.1% 늘어 한 달 전과 증가율이 같았다. 여기에 국채ㆍ지방채ㆍ회사채ㆍ기업어음 등을 모두 포함한 총유동성(L)은 월말 기준으로 10.6% 늘어 한 달 전(11.4%)보다 증가율이 떨어졌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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