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생명 CEO 중징계, 해외투자 부실

2010-01-28 10:21

금융당국이 금호생명의 해외투자 손실 책임을 물어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28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제재심의원회를 통해 금호생명에 기관경고를 할 방침을 정했다.

최병길 전 사장과 박병욱 현 사장에 대해서는 문책경고가 이뤄진다.

조치가 이뤄지면 금호생명은 앞으로 3년간 타금융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되며 전·현직 사장은 연임은 물론 다른 금융사의 임원 자격을 잃게 된다.

금호생명은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해외 파생생품과 유가증권, 부동산펀드에 8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난해 6월까지 28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호생명이 보험업법과 외국환거래법상 자산 운용시 안정성과 유동성, 수익성, 공익성을 확보해야 하며 자기자본의 10% 이상을 투자할 때 내부 위험관리 기준을 운영해야 하는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04년과 2006년 금호생명에 고위험 자산 투자를 줄일 것을 지시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생명 측은 현재 투자가 진행 중으로 대외 여건이 개선되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국내에 마땅히 장기 투자할 수단이 없어 해외투자를 하게 됐다며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생명은 해외투자 손실로 지난해 3월말 지급여력비율이 30%대로 떨어진 바 있어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금호생명은 이후 증자를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100% 이상으로 올렸지만 지난해 말 90%대로 하락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을 150%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호생명의 주장에 대해 여전히 투자가 진행 중이더라도 회계상 손실이 발생한 이상 징계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세춘 금감원 제재심의실장은 "회계상으로 이미 손실이 났다"면서 "유가증권을 처분하지 않고 붙들고 있는 상태에서 투자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손실을 무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금호생명에 대한 징계는 늦어도 2월 초에는 최종 결정이 날 전망이다. 박 실장은 "해당국에서 검사서가 통보되고 금감원장의 결제까지 2월 초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이번 징계에 대해 금호그룹의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에 대한 당국의 압박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철저히 규정에 따른 것"이라면서 "금호그룹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해외투자 손실과 관련 지난해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직무정지 조치된 후 금호생명에도 중징계 결정이 내려지면서 금융권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생명은 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PEF)에 인수될 예정이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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