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명품(名品)'자동차 부재의 아쉬움

2010-01-14 09:56

한국 돈 4만원 정도의 자전거와 시가 2억이 넘는 벤츠 S클래스, 나귀가 힘겹게 끄는 수레가 편도 4차선 대로를 나란히 지나간다. 중국 북경의 현재 모습이다.

12억에 가까운 인구만큼 다양한 계층이 있고, 백만장자가 우리나라 인구수보다 많다. 그만큼 다양한 세그먼트(차량등급)의 차량 수요처가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선전한 현대자동차를 보면 한국인으로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지난 한 해 동안 57만309대를 팔면서 2008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한 현대자동차의 성장에는 중국 정부가 내세운 내수부양정책 중 하나인 ‘소형차 세제 혜택’이 크게 한 몫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1600cc 미만의 차종을 주력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 현대차의 전략이 때를 만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한다면 결코 오래 버틸 수 없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80년대에는 중소형차를 많이 선택했지만, 지금은 2000cc이상의 중형 세단을 선호하듯 중국 중산층의 선호도도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마이카’ 시대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변수도 크다. 또 신흥 부자들은 돈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명품’ 자동차를 찾는다. 현대차는 이들을 모두 공략해야만 어떤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텨낼 수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현대차가 수입 형태로 지난 해 대형 세단 ‘에쿠스’를 중국 시장에 출시했다. 성과는 신통치 않다. 아직 중국인들에게 현대차는 ‘가격 대비 성능 좋은 중소형차’ 메이커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이룬 성과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중국에서 현대의 다양한 차종이 고루 인정받고 많이 팔리길 바라는 건 기자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권토중래(捲土重來)라는 말이 있듯, 지금은 명품 자동차들의 그늘에 가려진 에쿠스가 중국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때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현대가 만든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면 지나가던 중국인들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그런 날 말이다. 그 날이 현실이 되기를 또 기다려 본다.

아주경제= 이정화 기자 jh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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