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경인년, 도도한 長江의 교훈을 되새기며···
박찬흥 부국장 겸 산업부장 |
이처럼 성스럽고 신비스럽기까지 한 백호의 해를 맞고보니 문득 중국의 2가지 격언이 떠오른다.
‘후생가외(後生可畏)와 장강 후랑 최전랑(長江 後浪 催前浪)’.
후생가외는 BC 490년, 공자가 남긴 말로 “나중에 태어난 후생(後生)이 먼저 태어난 선생(先生)보다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어 두려운 존재”라는 의미다. 그 당시 공자 제자로 입문한 ‘안회’는 수많은 공자의 다른 제자들보다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는 1년이나 먼저 입문한 제자들을 앞질러 논어와 예기를 먼저 익히는 놀라움을 보였다. 이때 후생가외라는 격언이 생겨났다.
장강 후랑 최전랑. 중국의 가장 긴 강인 양쯔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고 도도히 흘러간다는 의미로 춘추전국시대의 현문(賢文)에 기록된 글이다. 구시대를 밀어내고 새시대가 열리는 것을 빗댄 격언이다. 또 새사람이 옛사람을 밀어낸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의 격언을 논하는 이유는 중국의 가공할만한 경제잠재력 때문이다. 공자가 남긴 ‘후생가외’는 요즘 중국의 쾌속질주하는 경제성장에서 엿볼 수 있다. 중국은 뒤늦게 자본주의의 물결을 받아들이고도 세계시장을 견인하는 리딩국가로 떠올랐다. 지난해 미국의 금융위기로 글로벌시장 전체가 출렁일 때 ‘차이나 파워’는 긴급 소방수 역할을 했다. 한 때 죽(竹)의 나라로 불리며 장막속에 숨어있던 국가가 뒤늦게 시장을 개방하고 앞서 달린 국가를 추월하면서 그야말로 ‘후생가외와 장강 후랑 최전랑’을 무색케하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지도부의 신년 벽두 일성은 ‘글로벌 체제 변화’였다. 후진타오 주석은 신년사에서 “세계는 체제변화와 질서 조정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그 변화를 주도하는 주역이 바로 중국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중국의 달라진 국가 위상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과거 한국은 중국의 ‘경제개발 스승’으로 대접(?)받았지만 이젠 상황이 완전 달라졌다. 인민일보가 최근 조사한 ‘중국의 주변국가 중 가장 중요한 나라가 어디냐’는 조사결과 한국은 일본,러시아,인도,동남아에 이어 5위로 밀려났다. 작년 초만해도 인도나 동남아에까지 밀리진 않았다. 그러나 이젠 인도보다도 밀리고 있다. 뒤늦게 자본주의 시장에 뛰어든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월해가고 있다. 마치 ‘후생’이 ‘선생’을 따라잡고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 듯 그러한 양상이다.
중국의 '후생가외' 실상은 자동차 산업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린라운드(GR)의 본격 가동과 기후변화방지 협약이 선포되면서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미래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으로 전세계의 대기 오염 규제 강화로 그린카를 생산치 못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생존할 수 없다. 때문에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 자동차 국가는 미래차 개발을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후발 자동차 국가인 중국은 미래차 부문에 있어 선발업체들보다 더욱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미래차인 연료전지차 개발에 향후 5년간 10억위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규모는 오히려 한국보다도 많다. 우리가 후진국으로 과소평가했던 중국이 이렇듯 급변하면서 이젠 무서운 국가로 변했다. 자동차산업 뿐 아니라 철강과 조선산업의 경우도 세계 1~2위권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전설의 '하얀 호랑이 해'를 맞아 중국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장강의 뒷물은 이미 앞물을 밀어냈으며, 이젠 거대한 대양(大洋)으로 나아가려 한다. 한국을 보는 중국의 시선은 예전 같지 않다. '경제개발 스승'의 이미지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이명박 정부가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의 류우익 신임 주중대사를 임명한 것도 이런 상황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강대해진 중국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2010년 새해,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이다.
아주경제= 부국장 겸 산업부장 박찬흥 pch785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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