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구의 기업노트) “멘토가 필요하다”
지금은 아주 일반화되고 널리 알려진 개념이지만 70년대만 해도 ‘멘토’란 개념은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것이었다.
‘멘토’는 트로이 전쟁에 나간 오딧세우스 대신 허약한 오딧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쿠스를 훌륭한 왕의 재목으로 키워낸 스승 ‘멘토’에서 유래했다. 이런 ‘멘토링’의 개념이 20세기에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1978년 레빈슨 예일대 교수가 쓴 베스트셀러 ‘남자의 계절(the seasons of man's life)’이란 책이 출판되면서부터다.
레빈슨 교수는 이 책에서 멘토의 개념을 설명한 후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로 들어가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멘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학계의 관심에 그쳤던 멘토의 개념을 전 미국사회에 알리게 된 계기는 바로 80년대 초반에 일어난 종교스캔들이었다. 8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는 기독교계의 저명한 지도자들이 연속해서 섹스 스캔들에 휘말리는 일이 일어났다.
이에 충격을 받은 종교학자들이 이런 스캔들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멘토링이 바람직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멘토링은 나이 많고 경험이 풍부한 ‘멘토(Mentor)’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삼아 ‘멘티(Mentee)’로 하여금 성공에 이르게 하는 능력과 확신과 잠재력을 개발하여 주는 두 사람 간의 관계다.
당시 많은 종교학자들은 스캔들에 휘말린 당사자들에게 적절한 멘토가 있었더라면 이러한 실수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멘토링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이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리더에게 멘토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실수 혹은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줄여준 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영자나 리더에게도 멘토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의 가능성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복귀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강원도민의 숙원인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나, 남북경협을 위해서나, 한국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이 전 회장의 경륜과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에 무엇보다 이 전 회장의 존재를 필요로 하는 이는 이 전 회장의 후계자로 꼽히는 이재용 전무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브랜드가치만 175억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것은 지금까지 기업의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삼성 CEO에게는 상당한 능력과 경륜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재용 전무는 삼성의 후계자로 꼽히기는 하지만 사실 한 기업의 경영을 도맡아 총괄한 경험이 없다. 그런 이 전무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시행착오를 줄여줄 믿을 수 있는 멘토의 존재다.
그리고 태어나면서부터 재벌 3세로 자라고 교육받은 이재용 전무에게 최상의 멘토는 바로 아버지이자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일군 이 전 회장일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전자의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라도 이 전 회장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