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김치', 우린 닮은 꼴

2009-11-25 13:09


재료 본래의 맛을 아삭하게 전해주는 햇김치와 깊은 맛을 내는 익은 김치 등 다양한 사람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것이 김치다. 와인도 풋풋한 보졸레누보와 묵혀두면 깊은 맛을 내 주는 첫 빈티지 와인 등 김치와 비슷한 점이 많다.

올해 생산된 포도로 만든 '보졸레누보'는 오는 12월까지 전세계에서 일제히 판매된다. 보졸레누보는 오랜 발효의 과정을 없앤 와인으로 햇과일향이 그대로 전해지는 풋풋한 와인이다. 때문에 햇김치처럼 신선한 맛을 즐기는 이들에게 보졸레누보는 모처럼 입맛에 맞는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올해 국내시장에 선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보졸레누보로는 '알베르비쇼 보졸레 누보 2009'와 '알베르 비쇼 보졸레 빌라쥐 누보2009'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제품들은 ‘신의 물방울’ 작가가 매해 레이블을 디자인해 선보여 '신의 누보'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다.

김치를 적당히 숙성시키면 그 맛의 깊이가 더 깊어진다. 처음 출시된 '처녀 빈티지' 와인 역시 그렇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30주년을 맞아 칠레 대표 와이너리인 산페드로사와 손잡고 '몰리나 와인메이커스 블랜드'라는 2007년 빈티지의 신제품을 내놨다. 시라 45%, 카베르네 쇼비뇽 40%, 카베르네 프랑 15%가 블랜딩 돼 한결 탄탄해진 구조감 속에 유연함과 우아함, 복합미가 잘 표현된 와인이다. 이 와인을 만든 마르코 푸요 수석와인 메이커는 "2~3년 정도 지난 후 마시면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이나 호박처럼 색다른 재료로 만든 이색김치는 생소한 맛 때문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색다른 인상을 와인에서도 느낄 수 있다. 사과나 머루, 감처럼 다른 재료로 만들어진 이색 와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사과 아이스 와인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한 캐나다 와이너리 '도메인 피나클'의 '피나클 사과 아이스 와인'은 6개의 각각 다른 사과 품종으로 만들어 풍부하고 강렬한 복합미가 적당한 산도와 함께 조화를 이룬다.

우리 입맛에 맞게 만든 토종 이색와인들도 있다. 전북 무주에서 재배한 머루로 빚은 머루와인 '루시올뱅'은 밭에서 완전히 익은 머루만을 엄선해 빚기 때문에 독특한 맛과 향을 낸다.

경북 봉화의 머루와인 '엠퍼리'도 있다. 머루 특유의 산미를 유지하면서 적당한 단맛을 지녀, 남녀 구분 없이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청도지역 특산품인 감으로 만든 '감그린'은 감 특유의 떫은 맛과 단맛 그리고 신맛이 오묘한 조화를 내며 발효되면서 생긴 아로마가 조화를 잘 이룬다.

아주경제= 최용선 기자 cys467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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