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900원대 머지 않아"
내년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는 데는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계속되는 달러 유출로 달러 약세가 가속화된다면 원화는 더욱 강세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6일 증권업계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를 중심으로 내년 말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도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IB는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CS), 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등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원-달러 환율이 1분기 1106원, 2분기 1063원, 3분기 1019원에 이어 연말에는 975원까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CS는 원화의 펀더멘털 강화로 원화 가치가 절상되면서 환율이 내년에 10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까지 내년 상반기까지 원화 강세가 지속, 내년 2분기 900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칼리옹(Calyon)은 내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을 지지하겠지만 환율 하락이 지속되면서 2011년에는 900원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대세는 아니지만 국내 증권사 가운데서도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곳이 있다.
대우증권은 달러화가 추가로 10~15% 하락할 여지가 있다며, 달러가치 하락과 달러유입 규모를 고려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IB들과 국내 증권사들이 세자릿수 환율 전망을 내놓는 이유는 미국의 금리인상에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계속되는 달러 유출로 달러 약세가 가속화될 경우 이 압력이 아시아 통화로 집중될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고유선 대우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동성 팽창 규모로 볼 때 달러화 가치는 현재로서는 10~15% 가량의 가치하락 가능성이 있다"면서 "달러 본원통화 급증에도 불구하고 시중 유동성 증가가 더뎌 급락가능성은 낮지만 내년에 디레버리징이 마무리되고 신용창출이 재개될 경우 시중 유동성 증가와 달러 약세 압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인상 단행의 시차를 고려할 때 내년 1~2분기 초반까지 달러 약세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면서 "미국의 달러약세 압력은 아시아 통화로 집중될 것이며, 달러 추가 약세를 원화환율에 적용하고, 달러 유입규모를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석 CS 전무는 "세계 경기 자체는 괜찮은 상태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에는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이 가운데 달러가 계속 미국에서 빠져나오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경상수지가 좋은 아시아 수출국가로 움직여 원화 등이 더욱 강세가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이 세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해당 회사의 입장도 반영돼 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IB 환율 전망치가 극단적으로 왔다갔다하는 것은 회사에서 어떤 방향이 정해질 때 그쪽으로의 트레이딩이 많을 수 있고 그렇게될 경우 한쪽 방향으로 압력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갈 경우 상장기업의 수출이 100조원 가량 줄고 영업이익도 급감해 증시에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흥국증권은 올해 1300원 안팎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 900원까지 하락한다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수출규모(2008년 기준)를 310조원으로 가정했을 때 98조원의 수출감소 효과가 예상되며 영업이익률 6.0%를 전제한다면 약 6조원의 영업이익 감소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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