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믿고 따를 리더십 절실
미국 자동차업계가 경영난으로 고전하고 있던 2005년. 마크 필즈 포드 부사장이 북미사업부문 사장에 취임했을 때다. 중책을 맡은 필즈는 곧바로 '성공으로 가는 길(The Way Forward)'이라는 이름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북미지역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4만5000명을 감원하고 공장 14곳을 폐쇄한다는 게 골자였다. 해고 대상에서 제외된 직원들의 건강보험 혜택도 축소됐다. 필즈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Change or Die)'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함께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을 설득했다.
필즈의 말은 그러나 일방적인 강요에 불과했다. 그는 고통을 전혀 떠안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그의 연봉이 '비용절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필즈는 보너스 230만 달러를 포함, 모두 560만 달러를 연봉으로 챙겼다.
조직의 일원이 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디트로이트로 이사하지 않고 주말마다 전용 제트기를 타고 가족이 있는 플로리다주의 델래이해변으로 날아갔다.
비즈니스 전문기자로 포춘 등에 기고하고 있는 앨런 도이치먼(Alan Deutschman)은 필즈를 믿고 따르고자 했던 이는 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진정한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이치먼은 18일(현지시간) 비즈니스위크에서 자신의 저서 '똑바로 걸어라: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한 제1원칙(Walk the walk:The #1 Rule for Real Leaders)'을 바탕으로 리더가 갖춰야할 자질에 대해 설명했다.
도이치먼은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통과 리스크를 조직원과 공유할 줄 알아야 한다며 모범 사례를 소개했다.
그가 가장 먼저 언급한 이는 세계적인 '투자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1960년대 초 버핏은 펀드를 만들고 처음으로 투자 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이 때 그는 펀드에 전 재산의 90% 이상을 쏟아부었다. 펀드에 모든 것을 걸고 파트너와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당시 만난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지난 40여년간 버핏의 곁을 지키며 동반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휴렛팩커드(HP) 공동 창업자인 빌 휴렛은 직원들과 고통을 함께 나눴다. HP는 1970년 경기침체를 맞아 직원들의 임금을 깎아야 했고 휴렛은 전 직원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급여도 10% 삭감했다.
미국 온라인 증권사 찰스슈왑의 설립자인 찰스 '척' 슈왑(Charles 'Chuck' Schwab)은 '솔선수범'의 대명사다. 회사 설립 초기 그는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하면 하던 일을 접고 손수 전화를 받아 문제를 해결해 줬다고 한다. 슈왑은 주식 거래인 자격이 있더라도 회사 직원이고,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업무라면 전화 받는 일도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월마트 설립자인 샘 월튼과 맥도날드 설립자 래이 크록도 마찬가지다. 도이치먼에 따르면 월튼은 출장을 갈 때마다 직원과 같은 일반 자동차와 호텔을 이용했다고 한다. 크록 역시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주차장에서 쓰레기를 주웠다. 청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도이치먼은 리더가 갖춰야할 또 하나의 자질로 일관성있는 행동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기업 가치 한 두가지를 지키고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고객이나 직원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다면 어떤 시련 속에서도 고객 또는 직원 중심의 경영을 펼쳐야 한다.
도이치먼은 일관성있게 행동하는 대표적인 경영인으로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와 사우스웨스트에어라인스의 공동 창업자 허브 켈러를 꼽았다.
베조스는 월가의 비판 속에서도 고객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기적인 이익을 수차례 포기했다. 가격을 최대한 낮춘 것은 물론 아마존이 팔고 있는 특정 상품에 대한 공개적인 흠집잡기도 서슴지 않았다.
반대로 켈러는 조직원들을 기업 경영의 최고 가치로 여기며 경쟁사들이 수만명을 감원할 때도 인력을 줄이지 않았다. 도이치먼은 기업이 최고로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은 경영자의 행동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급 레스토랑 유니온스퀘어카페를 운영하는 레스토랑 경영자 대니 마이어도 직원들을 끔찍하게 생각한다. 그가 법제화 이전에 일부 고객의 이탈을 감수하고 뉴욕 전 매장에서의 흡연을 금지한 것도 직원들의 건강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도이치먼은 그러나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반대의 행동을 한 인물도 리더가 되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회장 겸 CEO가 대표적이다.
코카콜라는 '완전무결(integrity)'과 '책임(accountability)' 등 일곱 가지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지만 지난해 말 켄트를 회장 자리에 앉혔다. 그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코카콜라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데 투자했다 덜미가 잡혔던 인물이다. 변명이 더 가관이었다. 자신의 행동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도이치먼은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도 스스로 추구해 온 가치와 역행하는 행동으로 브랜드 가치를 갉아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소비자 경험을 중시해온 그는 최근 경기침체로 경영난이 심해지자 품질은 뒤로 한 채 공격적인 성장과 확장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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