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법 개정을 두고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간의 의견차가 분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은은 한은법 개정 논의가 장기간 이어 온 만큼 단계적인 법 개정이 시작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재정부는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피감기관의 부담을 줄이고 있어 시기상조라고 맞서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참석한 이성태 한은 총재는 "한은법 개정은 이미 1년 이상 논의해 온 문제"라면서 "아직 고려할 사항이 많지만 현실적인 합의 도출이 가능한 부분은 이번 국회 때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또 "국민경제자문회의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과정에서 한은의 의견을 많이 전달했지만 TF가 정부에 제출한 방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재정부·한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 5개 유관단체들 간에 맺은 정보공유 및 공동검사에 대한 양해각서(MOU)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 총재는 "MOU만으로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적절한 대응을 벌이기 어렵다"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고칠 수 있는 것부터 고쳐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총재와 정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윤 장관은 "한은법 개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금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위기가 극복된 뒤 충분한 연구검토와 국회·정부·유관기관·전문가들 간의 논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또 "현재 한은은 법 개정 없이도 잘해서 대처하고 있어 MOU를 맺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지금이 반드시 한은법을 개정해야 할 시급한 상황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감독체계가 이원화 될 경우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수도 있어 부담이 커진다"며 "개별 금융기관 의견도 반드시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재정위 의원들은 정부가 내놓은 한은법 개정안 보고서는 시간끌기용에 불과하다고 질타하고 여야 간 합의를 통해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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