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년···기업들 "사업계획 수립 아직 불투명"
2009-09-10 11:20
국내기업 5곳 중 4곳이 지난해 금융위기 발생 이전 수준으로 경영상황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환율 및 원자재 가격, 노사문제 등 대내외적 요인의 불확실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매출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기업 경영에 발목을 잡는 최대 '복병'으로 지목됐다. 상의가 전국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상 애로사항을 겪는 부문'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42.9%) 가량이 '매출 부진'을 1순위로 꼽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9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266조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반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던 지난 1분기(-0.6%)에 비해서도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들은 사업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내수부진과 유가 상승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여전해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사업 계획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7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 배럴당 33.87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9개월새 무려 2배나 뛰어 오른 것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생산 원가부담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설비투자가 취약한 점도 경영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한은이 분석한 올해 2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동기에 비해 15.9%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설비투자가 정체 상태에 빠지면 고용과 소득이 줄어 결과적으로는 기업 경영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업의 설비투자가 하반기에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지 불투명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500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설비투자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 하반기 기업 경영성과가 바닥을 치더라고 설비투자를 동결할 것이라고 대답한 기업이 67.6%에 달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리먼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자 활성화가 중요하나,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기업이 선뜻 나서는 데 어려울 것"이라며 "민간기업이 투자확대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기 상의 거시경제팀장은 "올해 초보다는 기업 경영상황이 호전됐다고는 하나, 설비투자나 내수 부진으로 아직 회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자금의 단기화와 고용 부진을 단기적인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당분간 확장적 정책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아주경제= 변해정 기자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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