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힘' 10년만에 세계 2위로
중국 검색포털 '바이두(百度·baidu.com)'가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바이두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6.9%를 기록했다. 야후(6.5%)를 제치고 업계 2위로 올라선 것이다.
인터넷 공룡 구글(68.9%)과는 여전히 격차가 상당하지만 적어도 중국에서는 구글도 바이두의 기세에 눌려 있다. 리카이푸 구글차이나 회장이 최근 돌연 사임한 것도 구글의 중국시장 공략이 녹록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때문에 바이두는 "구글을 울린 중국 기업, 미국 나스닥의 '차이나 미라클'"이라고 평가받는다.
바이두의 급성장 배경에는 3억명에 달하는 토종 네티즌이 있다. 미국 인구보다 많은 수다. 그러나 인해전술만으로는 바이두의 성공을 설명할 수 없다.
바이두의 신화를 직접 써 온 로빈 리 최고경영자(CEO)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베이징대에서 정보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주립대(버팔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정보기술(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중국으로 돌아와 1999년 바이두를 설립했다. 인터넷 토양이 얕은 중국에서는 적잖은 모험이었다. 하지만 바이두는 승승장구했고 설립 10년만에 중국 최대 검색 포털로 급부상했다. 리 CEO는 2001년 '중국 10대 창업 신예'로 꼽힌 데 이어 다음해엔 '중국 10대 IT 풍운인물'로도 선정됐다.
중국 펑황(鳳凰)TV 인터넷판은 최근 리가 전하는 7가지 성공 비법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바이두가 일취월장할 수 있었던 비결도 고스란히 담겼다.
"2년 앞을 내다봐라"
리는 무엇보다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적어도 2년 앞은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한창 인기를 모았던 온라인 비지니스에 눈길을 주지 않고 인터넷 검색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안목의 산물이다. 그는 "유행만 쫓다가는 얻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라"
"자금은 필요하지 않을 때 빌려라"
리는 '돈이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한발짝도 내디딜 수 없다'는 신념으로 자금이 긴급히 필요하지 않을 때 미리 투자자를 찾는다는 전략을 취했다. 1년간 쓸 자금을 확보해 무리없이 6개월어치의 일을 하고 나머지 자금은 쌓아두는 식이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투자자들에게 '바이두의 재무상황이 좋다'는 인식을 줘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투자자와 만날 때는 당당한 태도를 취해야 투자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라"
리는 투자 비중이 높은 소수의 고객으로 만족하다 보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바이두 설립 초기 몇몇 대형 포털과 손잡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들이 회사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10%가 넘었다. 이들 중 하나만 이탈해도 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위험을 감지한 리는 바이두의 고객 범위를 다양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운명을 남의 손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익에만 매달리지 마라"
리는 수익만 추구하면 기술 혁신에 소홀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혁신의 가치를 아는 회사라면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사보다 뛰어난 기술 없이는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기술에 대한 투자야말로 장기적이고 궁극적으로 회사의 이익이 된다"며 "이를 소홀히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특화된 영역에 집중하라"
바이두가 설립된 뒤에도 인터넷 환경은 빠르게 발전하며 변화를 거듭했다. 많은 이들이 시류를 쫓다 낭패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리는 흔들리지 않고 '검색'에만 집중했다. 그는 "인터넷 게임과 문자 등 다른 영역에 손을 대보라는 유혹도 많았지만 검색시장의 가능성을 믿고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을 유지하라"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리는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박사학위를 포기하고 바이두를 설립했다"며 "돈 때문이 아니라 검색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익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좋은 상품 없이는 성과를 담보할 수 없고 비결은 열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 송혜승 기자 hssong0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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