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6년ㆍ은행 14년 다닌다
은행 직원이 평균 14년 이상 근속하고 있으나 증권사 직원은 6년을 겨우 넘긴 채 회사를 떠나는 신세다. 증권업계는 사세확장을 위해 신규채용을 늘렸기 때문이란 입장이지만 증시 불황기마다 반복돼 온 대규모 감원 탓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7일 아주경제가 금융감독원 정기공시를 통해 단독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전달 말 현재 삼성ㆍ대우ㆍ현대증권을 포함한 10대 증권사 근속연수는 평균 6년 7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연수가 가장 긴 현대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대신증권조차 각각 9년 6개월씩으로 3개사 모두 10년을 못 채웠다. 이어 5~8년 이상 일하는 곳은 대우증권(8년)ㆍSK증권(7년)ㆍ한화증권(6년 9개월)ㆍ삼성증권(5년 7개월)을 합쳐 4개사. 가장 짧은 5년 미만도 동양종금증권(4년 7개월)ㆍHMC투자증권(3년 4개월)ㆍ미래에셋증권(2년 9개월)을 합해 3개사나 됐다.
근속연수가 긴 곳은 정규직 비율을 높여 고용을 안정시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계약직으로 입사했더라도 1년만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며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믿음이 근속연수를 높이는 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근속연수가 짧은 곳은 사세확장을 위해 몸집을 불렸기 때문이란 해명을 내놨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증시가 사상최대 호황이던 2007년부터 사세를 키우려고 신입사원을 크게 늘리면서 근속연수도 내려갔다"며 "다른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회사 역사가 짧은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증권업 일선에선 작년 금융위기로 직원을 크게 줄인 탓도 컸다는 불만이 나왔다. 실제 근속연수가 가장 짧은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8월 2308명이던 직원을 전달 말 현재 2093명으로 1년만에 무려 10% 가까이 줄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업이 시황산업이다 보니 증시 등락에 따른 구조조정도 잦다"며 "시황에만 의존하는 낡은 영업구조를 개선해 고용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에 비해 은행권 고용여건은 훨씬 안정적이다. 4대 시중은행인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은 전달 말 현재 평균 14년 3개월 근속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긴 곳은 국민은행으로 17년 8개월. 이어 우리은행(14년 4개월), 신한은행(14년 2개월), 하나은행(10년 9개월) 순이다. 다만 하나은행은 근속연수 상위 증권사와 비슷한 10년 남짓에 그쳐 다른 시중은행과 대조를 보였다.
은행권도 근속연수에 대한 입장은 증권업계와 거의 같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선도 은행으로서 근속연수가 가장 높은 것은 당연하다"며 "1990년대를 전후로 은행 규모를 키우면서 채용을 크게 늘렸고 당시 뽑은 인력이 여전히 일하고 있어 근속년수도 20년에 맞먹게 됐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피라미드형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어 중간 이상 직급보다 젊은 행원이 많다"며 "작년 하반기 사세확장을 위해 신입행원을 400명 이상 뽑은 것도 근속년수를 줄이는 데 다소 작용했다"고 말했다.
조준영ㆍ문진영ㆍ김용훈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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