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성장으로 치명적 성장 막아야"

2009-08-20 14:30

   
 
 
세계미래포럼이 유엔 밀레니엄프로젝트ㆍ에코시티 빌더스와 함께 국가성장동력으로 떠오른 녹색산업 강화 전략을 전한다. 유엔 밀레니엄프로젝트와 에코시티 빌더스는 21일 세계미래포럼(이사장 이영탁) 주최로 열리는 '미래 녹색경영 국제회의'에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제롬 글렌 유엔 밀레니엄프로젝트 회장과 리차드 레지스터 에코시티 빌더스 대표, 프랭크 카탄자로 유엔 밀레니엄프로젝트 사이버 미래연대 의장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치명적 성장으로 공멸하느냐, 친환경적 성장으로 상생하느냐'가 바로 녹색성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파괴에 맞설 대안은 녹색성장뿐이란 것이다. 아주경제는 세계적인 녹색성장 흐름과 국내 녹색산업 활성화를 위한 노하우를 이번 회의 세션별로 나눠 들어봤다.

#1세션: 제롬 글렌 유엔 밀레니엄프로젝트 회장

녹색성장에 나서지 않으면 치명적 환경 파괴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성장을 하느냐 마느냐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치명적 성장으로 공멸하느냐 아니면 친환경적 성장으로 상생하느냐가 달린 것이다. 당장 지하수면 하락으로 해양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세계 인구 40%는 조만간 2개 이상 국가에서 운영하는 수원에 의해 물을 공급받게 될 것이다. 현재 바다 온도 상승률 역시 2007년 정부간기후변화협의회(IPCC)에서 발표 한 것보다 무려 50% 높아졌다. 작년 그린랜드에서 흘러나온 빙산은 2007년보다 3배나 늘었다. 2030년이면 여름철 북국에서 얼음을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북국뿐만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히말라야나 안데스에서도 빙하가 녹아버릴 것이다. 이미 자원 소비량은 자연적 재생산 능력을 30%나 초과했다. 이제 인류 공존을 위한 대안을 세워야 한다. 해답은 녹색성장이다.

녹색성장은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는 차보다 하이브리드차가 더 많은 인기를 얻는 것만 봐도 녹색성장은 훌륭한 산업인 셈이다. 재활용 에너지 역시 주목할 만하다. 에너지 효율을 높임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재활용 에너지를 사용하면 해안가에 소금물로도 경장할 수 있는 농경지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식량 생산을 늘릴 뿐만 아니라 담수 효율화로 지하수면도 높여줄 것이다. 이 덕분에 이산화탄소 배출 또한 줄일 수 있다. 공장에서 배출되는 탄소와 이산화탄소도 재활용해야 한다. 석유 정화작업시 배출된 폐기물은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 저렴한 전기 자동차 배터리는 휘발유 차에서 전기 차로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을 이용하면 핵 폐기물과 이산화탄소 방출 없이 장기적 에너지 문제도 풀 수 있다. 일본은 이를 실현시키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녹색성장에서 국제협력은 필수다. 예를 들어 한국이 녹색성장을 위한 국제협력을 제안하면 미국과 중국은 장차 기후변화 목표와 연구ㆍ개발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다. 이는 지구 환경만을 위한 대안이 아닌 국제 평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런 협력이 없다면 녹색성장은 불가능하다. 각국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450PPM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390PPM이 배출된 상태에서도 빙산은 녹고 있고 극관은 얇아지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기후학자는 350PPM까지 줄이지 않으면 환경 파괴를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협력을 강화하려면 '집단지성'을 활용해야 한다. 전문가 집단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창출된 지식에 정부, 기업, 개인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해법 역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세션: 리차드 레지스터 에코시티 빌더스 대표

녹색성장은 오염방지 도구나 전기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을 만드는 친환경 기술을 먼저 떠오르게 한다. 이런 친환경 기술과 친환경 설계가 만나면 친환경 도시 역시 만들 수 있다. 친환경도시는 우리처럼 살아있는 생물이다. 이는 단순히 2차원적 도면이 아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우리와 같은 3차원적 삶인 것이다.

한국은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보다 아담한 도시를 가지고 있다. 즉, 한국 도시는 유해 에너지를 방출하는 자동차를 위해 설계된 게 아닌 사람을 위한 친환경 도시다. 역사를 반영한 건축물과 교통시설, 에너지 체계를 볼 때 친환경 기술이 적용됐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 지역 역시 한국에 있다. 바로 비무장지대다. 이런 곳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어렵다. 인적 없는 곳에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이곳에 집을 지으려면 이런 생물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지금보다 서너 배는 넓은 곳으로 옮긴 뒤 계속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불가능하다면 이곳엔 어떤 건물도 지어선 안 된다. 다른 나라에선 터키를 친환경 도시를 가진 곳으로 꼽을 수 있다. 자전거 도로가 활성화돼 있고 도보 이동도 편하다. 상점과 사무실은 대개 1층에 들어선다. 윗층에 주거공간이 있고 옥상엔 태양열을 이용하기 위한 온수탱크도 있다.

친환경 도시는 건물 옥상마다 들어선 정원이나 교통 혼잡을 줄이는 경전차를 떠오르게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달리는 경전차는 긴 세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친환경 도시를 만들겠다면 먼저 지도를 보자. 인공위성으로 본 지도는 2차원 평면에 불과하다. 이를 토대로 친환경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친환경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단계는 지역마다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는 전형적인 도시형으로 설계돼 있다. 빌딩 대부분이 비슷한 높이로 세워졌다. 도로 구조도 자동차가 다니기 편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선 식료품점에 갈 때도 자동차를 이용한다. 친환경 도시도 이런 점이 반영돼야 한다. 식료품점을 찾는 횟수를 계산하면 에너지 수요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지역도 가늠할 수 있다. 당연히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곳은 기후변화도 심하다.

#3세션: 프랭크 카탄자로 유엔 밀레니엄프로젝트 사이버 미래연대 의장

국제협력 없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나 이에 대한 이해 부재는 기후변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환경과 관련된 정책 결정은 국가별로 이뤄져 왔다. 이런 식으론 망가진 환경을 되살릴 수 없다. 세계가 지구촌으로 묶이면서 환경 문제 역시 자체적 해결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지금은 범국가적 협력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 각국 정부와 기업,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환경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다. 먼저 정부부터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적 건의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환경 문제에 대한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이때 혼자 서있기만 해선 안 된다.

밀레니엄프로젝트는 기후변화 상황실을 만들 것을 유엔에 제안했다. 환경 관련 정보를 한곳에 모으자는 것이다. 명칭은 GENIS(Global Energy Network and Information System)다. 사실 환경 문제를 풀기 위한 범국가적ㆍ학제적 협력이 전보단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염려스러운 점이 있다. 협력 주체간 소통이 단절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혼란을 줄 수 있다. 원활한 소통으로 연구 중복을 막고 적시에 해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GENIS는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환경 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조직과 대안도 등장하고 있다. 재해복구협력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쓰나미나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모임이다. 이런 모임은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체로서 성장하고 있다. 시민운동도 늘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탈석유 시민운동은 전세계로 퍼져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지원도 강화되는 추세다. 인터넷 가상세계는 환경 관련 자료를 공유할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개자료실은 연구자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한 전세계적 대응이 늘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곧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 개발만으로 위기에서 구원될 것이라고 확신해서도 안 된다. 이런 확신은 환경 문제를 유발한 실제 원인을 숨겨 근본적 해결을 어렵게 할 것이다. 먼저 제로섬형 경쟁구조를 상생ㆍ협력 구조로 바꿔야 한다. 경제 논리에만 맡긴다면 환경ㆍ빈곤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를 풀려면 인간 내면을 다시 탐구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런 움짐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오염과 빈곤을 심화시킨 원인을 주변 요인이 아닌 인간 내부에서 찾기 시작했다. 누군가 희생해야 하는 성장을 지양하고 상생할 수 있는 성장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정리=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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