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송 토지주택공사 사장 내정자가 제시할 해법은?

2009-08-19 16:45

토지주택공사 초대사장에 이지송 경복대 총장이 사실상 내정되면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 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토해양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초대 사장으로 이 씨가 내정돼 18일 통합공사의 초대 사장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로써 10월1일 출범을 앞둔 자산규모 105조원의 거대 공기업 탄생작업이 험준한 고개 하나를 또 한번 넘었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한달여 기간, 아직도 넘어야 할 높고 낮은 고개들이 산적해 있다.

다행히 거대한 배를 이끌고 항해할 선장이 결정됨에 따라 잡음을 줄이고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사장 선임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무 추진력' 높은 점수받아

이 내정자는 후보등록 절차진행 전부터 유력한 통합공사 사장으로 거론돼온 인물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현대건설에서 30년 넘게 함께 근무하며 동고동락한 사이다. 이 대통령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셈이다.

당시 이 두 사람과 함께 근무를 했던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이지송 사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업무 추진력에 대해 이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며 "임원추천위원회에서도 이 점이 부각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일찍부터 통합공사를 이끌 인물로 추진력, 리더십이 강한 민간기업 전문가를 원했다. 업계와 관가에서도 거대한 두 조직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왔다. 

이 내정자는 현대건설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무엇보다 워크아웃에서 조기졸업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지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기도 했다. 또 토목건설 전문가이면서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통합공사의 조직 개편 및 업무 조정에 적임자로 꼽혀왔다.

MB정부 공기업 개혁의 상징적 의미인 토지주택통합공사 추진에 있어 이 내정자의 경험과 추진력이 필요했다는 평가다.

◆10월1일 출범..갈길 아직도 멀다

하지만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장미빛이 아니다. 통합까지 앞으로 약 한달 반. 이 기간동안 이 내정자는 본사 이전문제를 비롯해 부실자산 처리, 조직 구조조정 등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토지주택공사는 자산이 105조원으로 자산 117조원의 한국전력에 이어 두번째로 덩치가 큰 공기업이다. 민간기업 중에서는 삼성그룹이 자산 175조원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하지만 부채가 무려 85조원으로 벌써부터 부실화 가능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부채가 많은 이유는 국민임대사업, 각종 택지개발 사업 때문이지만 앞으로도 주택사업의 공적역할은 더 확대될 예정이어서 부채문제를 쉽게 해결하긴 힘든 실정이다. 일부 통계에서는 2014년 통합공사의 부채가 20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최재덕 주택공사 사장, 이종상 토지공사 사장 등 관 출신 인사를 배제하면서까지 민간출신 CEO를 선호한 것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윤창출이 최대목표인 민간기업의 경영방식을 공기업에 일부나마 적용하길 원한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본사 이전 문제도 당면한 과제다. 당초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확정되면서 주택공사는 경남혁신도시인 진주로, 토지공사는 전북혁신도시인 전주로 각각 이전하기로 했으나 두 공사 통합발표과 함께 한 곳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지역주민, 두 공기업 조직원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여서 출범 이전까지 사실상 결정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자칫 지역감정의 골을 깊어지게 할 수 있는 것인만큼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두 공기업의 업무중복 조정,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업무의 경우 택지개발 등 두 공사간에 겹치는 부분은 조정을 하면 된다. 더 큰 문제는 중대형 분양주택 같은 민간과 겹치는 업무로, 민간기업 이전을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인원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두 조직의 인력 구조조정은 약 10%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초창기 조정예정 규모일 뿐이다. 조직 부실문제, 업무중복 조정 등이 진행될 경우 몇년에 걸친 대대적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외부에서는 진단하고 있다.

통합공사법 마련 후 5개월만에 출범하는 토지주택공사. 성공적인 출범을 위해 이 내정자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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