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前대통령서거) "생전, 이희호 여사에 짓궂은 농담 즐겨"

2009-08-19 15:23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굉장히 큰 충격"
"6시간 부시 미국 전 대통령 설득해"
"고문당하자 웅담 건네줘"

"농담을 참 잘하시는 분이셨다. 특히 이희호 여사를 놀려먹는 농담을 그리 좋아하셨다."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은 19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이같이 기억했다. 

"환경부 장관을 퇴임하는 날, 전화가 왔더라. 김 전 대통령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런 일을 떠나서 우리는 영원한 친구다'라고 말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많이 울었다"고 자신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손 전 장관은 1999년 환경부 장관으로 전격적으로 발탁됐으나 예정돼 있던 러시아 공연을 진행했다가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격려금 2만 달러를 받은 이유로 한 달 만에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 고인과 깊은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의 사연이 소개돼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들은 김 전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와 남북관계의 뒷얘기 노벨평화상 수상 뒷얘기 등 고인의 다양한 모습을 전했다.

손 전 장관은 고인의 특별한 문화 예술 쪽의 관심을 전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지 않는다는 게 대중문화 쪽 기조를 유지했다"며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문화가 얼마나 국민들에게 중요한지 잘 알고 계셨다"고 평가했다.

이어 "순수예술뿐만 아니라 대중 예술에도 많이 지원했다"며 "국민의 정부 시절이 문화가 가장 많이 꽃폈던 시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손 전 장관과 김 전 대통령의 인연은 손 전 장관이 공연하는 연극 관람에서부터 시작됐으며 이후로도 자주 연극을 통해 만났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고인의 건강에 굉장히 큰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고인이 '반쪽이 무너져버리는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실제로 최소 일주일에 한번씩 옆에서 뵐 때마다 점점 쇠약해지신다는 느낌은 받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굉장히 타격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2002년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6시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설득에 나선 얘기도 공개됐다.

1월 29일 미국 의회연설에서 북한을 이란과 같은 '악의 축'으로 지정했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월 중순 한국을 방문했을 때, 김 전 대통령이 6시간의 설득 끝에 마음을 돌려세웠다는 것.

정 전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과 도라산 역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를 따로 부르더니, 젖 먹던 힘까지 내어 부시 전 대통령을 설득했으니, '이제 정 장관이 남북관계를 잘 풀어보라'고 말씀하시더라"고 말했다.

당시 도라산 역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치지 않고 ▲대화를 하며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겠다는 발언을 해 동북아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정 전 장관은 "굉장히 큰 판세를 읽으면서도 세밀한 것까지 놓치지 않은 그야말로 마이크로와 매크로가 겸비된 분"으로 회상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는 노벨평화상 수상과 관련된 얘기를 밝혔다.

세계의 모든 나라 국민들이 자기네 나라 사람들에게 노벨평화상 수상을 진짜 염원하고 편지도 보내는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평화상을 주지 말라고 편지를 보냈다는 것.

한 전 대표는 "당시 국민들이 이런 세계적인 상을 지방색을 가미시켜서 폄하하는 발언들을 많이 했다. 심지어 돈을 주고받았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노벨상 위원회가 '돈을 받고 움직이는 위원회 같으면 세계적인 그런 권위를 인정받고 있겠느냐'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이재오 전 의원은 "감옥에 다녀와서 인사를 하러 갔더니 아침 식사 후에 웅담을 하나갖고 나오셨다"며 "'고문당하고 맞고 한 데는 웅담이 좋으니까 이것을 조금씩 풀어서 자기 전에 먹고 자라'고 웅담을 준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아주경제= 김종원 팽재용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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