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시금리 '낮게' 판매금리 '높게'
2009-08-18 08:17
낮은 금리를 고시해 고객을 유혹하고서 창구에서는 높은 금리로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변칙 영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번 주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시 금리는 연 2.71~4.41%로 최저 금리가 2%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 창구에서 2%대로 대출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 창구에서 적용하는 신규 대출자용 금리는 연 4.95~5.65%로 고시 금리보다 0.54~2.94%포인트 높다.
신용도에 따라 연 5.65%는 물론 6%를 넘나드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이 신규 대출자에 대해 별도 가산금리를 부과한 것은 올해 2월부터로 당시 금리 차이는 0.5%포인트대였다. 시중 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으려고 영업점이 자체적으로 신규 대출자용 금리에 가산금리를 부과하면서 고시 금리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전날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3.37~4.67%로 고시했다.
반면 창구에서 적용하는 신규 대출자용 금리는 연 4.97~5.79%로 고시 금리보다 0.30~2.42%포인트 높다.
우리은행은 고시 금리와 실제 금리 간 격차가 커지자 지난달 중순부터 창구 금리와 고시 금리를 따로 집계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18일 창구 금리는 연 4.57~5.67%로 고시 금리 3.27~4.57%에 비해 최대 2.40%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시 금리에 0.80~2.1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과하고 있지만 창구 금리에 대해서는 2.10~3.20%의 가산금리를 붙이고 있다.
하나은행의 이번 주 고시 금리는 연 3.97~5.47%이지만 대부분 대출이 5%대 초중반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고시 금리와 창구 금리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고객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최소 금리를 고시 금리로 제시하지만 실제 그 금리로 운용할 가능성은 작다"며 "고객들은 실제 적용 금리와 차이가 많이 난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명무실해진 현행 고시 금리를 폐지하고 실제 창구에서 적용되는 금리를 고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 고시금리보다 창구 금리가 훨씬 높더라도 다른 곳에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서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은행들이 실제 대출 금리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국이 고시 금리와 실제 금리 간 차이에 대한 위법 소지를 검토할지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고시금리와 실제 금리의 차이가 현저하면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실제 금리는 연 6~7%인데 금리가 4~5% 수준인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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