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하반기 과제] IT융합-SW개발로 'IT산업' 구하라

2009-08-13 23:22
반도체.휴대폰 등 하드웨어만 강국...SW규모 세계시장 2% 불과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이동통신 가입자 비율 등이 세계 1위다.

국내 업체의 디스플레이패널(LCD) 세계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하며 휴대폰도 전세계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 수출의 3분의 1을 IT가 책임지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총 327억2000만 달러였다. 이 중 IT산업 수출액이 109억1000만 달러로 정확히 3분의 1을 차지했다.

또 올들어서 지난달까지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는 262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나, IT무역수지는 297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 산업의 흑자를 상회했다.

한국은 IT로 ‘먹고 사는’ 나라라는 말이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주력 성장산업으로서 IT산업에 대한 한계론이 제기되고 있다.

IT산업이 대기업, 소수 품목 중심으로 발달해 고용창출∙소득증대 효과가 미미하고, IT부품소재 기술 또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한 소프트웨어(SW)산업 및 낮은 IT활용도 때문에 IT산업의 지속발전과 성과확산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 H/W는 ‘IT강국’ - S/W는 ‘불모지’

IT산업이란 소프트웨어, IT서비스, 기업솔루션, 스토리지(Storage), 하드웨어 등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반도체, LCD, 휴대폰, 통신서비스 등 하드웨어 위주로 편중 발달했고 소프트웨어(SW)는 세계 수준에 비해서 매우 취약하다.

IT분야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7400억 달러에 달한다. 반도체(약 2500억 달러)보다 월등히 크다.

그러나 국내 SW 시장규모는 171억 달러(07년)로 세계시장의 2.0%만을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43.3%), 일본(9.5%), 영국(7.2%), 독일(7.1%)에 비해서 크게 뒤쳐지는 수준이다. 세계 100대 SW기업 안에 들어가는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특히 임베디드(Embedded) 소프트웨어 개발에 소홀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에니콜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로열티로 국외에 지급하는 비용도 연간 1억9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와 관련, 국내 소프트웨어학계의 대부로 꼽히는 김진형 카이스트(KAIST) 교수(전산학과)는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되려면 통신중심의 시대가 지나고,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주처에서 SW기반기술(소스코드)를 확보하는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경제전반에 IT활용도 ‘저조’

이처럼 우리나라는 H/W적으로는 좋은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 경제전반에 걸친 IT활용도가 매우 낮은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IT 활용도는 세계 10위권(EIU 조사 15위, LECG컨설팅 조사 10위)에 그치고 있다.

전자거래진흥원이 조사(07년)한 기업 정보화시스템 도입비율은 전사적자원관리(ERP)가 25.3%, 전자입찰은 14.9%, 고객관계관리(CRM) 4.8%, 공급망관리(SCM) 4.2% 등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더 이상 IT산업 하나에만 얽매이지 말고, 다른 산업과의 융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세계적 수준의 IT기술과 인프라를 조선 자동차 제약 등 다른 산업과 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재윤 상무는 “IT기술을 녹색산업과 결합시키는 등 ‘스마트 SOC(사회간접자본)’ 전략을 내놓을 때가 됐다”며 “건설과 IT기술을 결합한 상품을 선보이는 등의 방식으로 국가경쟁력 강화에 IT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IT산업은 활용도에 따라 전후방 관련산업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친다.

정부가 '뉴 IT전략'을 기본축으로 추진중인 IT산업 발전계획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IT산업의 한계론을 불식시키고 미래사회의 먹거리로 계속 남아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지속해 나갈 지 주목된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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