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출구전략 논란 확산) (下) 출구전략, 아직은 시기상조?...당국 온도차 여전
(편집자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인상 검토 발언으로 출구전략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외화유동성 흡수로 사실상 출구전략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출현하고 있는 반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책당국은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 자체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2회에 걸쳐 출구전략과 관련한 관계 당국의 입장과 함께 경제 파급효과를 진단한다)
출구전략과 관련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앙은행 수장은 출구전략으로의 전환을 시사한 반면 정부는 여전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출구전략 논란의 불씨를 당긴 것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금리인상 검토 발언을 내놓아 출구전략이 임박했다는 평가를 불렀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실질적인 턴어라운드를 보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구전략의 준비는 검토할 수 있지만 시행은 섣부르다는 것이다. 정책당국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고 있다.
▲금융위 "출구전략 논의한 바 없다"=13일 금융당국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는 아직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을 논의한 적도 없는 상태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이성태 총재의 발언에 대한 해석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과 언론이 이 총재의 발언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평가다.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출구전략에 대비해 비상경영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금융권의 자체적인 경영전략일 뿐이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반응이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출구전략 시행 여부가 은행 경영에 있어 대형 변수라는 판단 아래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예금금리를 올리는 등 선제적인 조치에 들어간 상태다.
추경호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개별 시중은행들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라면서 "건전성을 위해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추 국장은 "은행권이 비상경영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추운 겨울에 대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금융권의 움직임에 출구전략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현 시점은 경기회복과 체질강화에 매진할 때지 출구전략 논란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또한 비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 취한 비상조치 회수와 관련 단계별 행동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 출구전략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시기가 관건...민간 부문 회복 여부 주목해야=전문가들은 출구전략의 시기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분기까지 기업실적을 비롯해 경기회복 신호는 정부 주도로 이뤄진 것이지 민간 부문에서 자생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는 등 민간 부문에서 바통을 이어받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면서 "소비와 투자가 심리적으로는 회복하고 있지만 실제로 살아날 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실장은 이성태 총재의 발언에 대해서도 하반기 흐름을 지켜본 뒤에나 금리인상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로써 금리인상은 적절한 선택은 아니다"라면서 "최근 경기사이클이 일반적인 상황과 다르다는 것을 감안할 때 상반기 경기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금리인상은 아직 섣부르다"면서 "전년 대비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중한 자세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 연구위원은 "출구전략이라고 해서 당장 금리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 자체에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에서 출구전략을 경계하는 반응을 보이고 실제로 경기회복세가 나타난다는 가정하에 한은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FRB 출구전략 본격화?...해외시장 주요 변수=출구전략 논의와 관련 해외시장의 흐름에 대해서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출구전략에 돌입할 가능성을 내비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연준은 연방기금목표금리를 현 제로수준(0.00~0.25%)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이와 함께 양적완화 정책의 일환인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10월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3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을 10월로 마무리짓겠다는 것이다.
안 연구위원은 "버냉키 의장이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밝힌 것과 같이 연준은 단기 유동성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시장에 영향을 적게 주는 방식으로 미시적 차원에서 대출 규제를 비롯해 사안별로 대응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권순우 실장은 "양면성이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적인 시각에서 보면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경기저점을 빨리 통과했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수출 주도의 경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선제적인 출구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