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늦춘 만큼 제대로 가야“
사용 후 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사실상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는 우선 1년 정도의 시간을 벌어 공론화의 법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전문가 그룹의 연구용역을 병행 추진한다고 밝혔다.
늦춘 만큼 제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수차례 공론화 계획추진 연기로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렸음은 물론 사회적 갈등마저 불러일으켰다. 바꿔 말하면 그간 추진된 공론화 계획이 법과 제도의 기반 없이 임의적으로 진행돼 왔다는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번 공론화 연기를 통해 사용 후 핵연료 문제를 다시 원점에서 살필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는 지식경제부의 일방적인 계획 발표로만 진행돼 왔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부족한 측면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섣부른 접근은 공론화 추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에 연기한다고 발표한 것처럼 언제라도 정부의 의지에 따라 뒤집어 질 수 있다. 법과 제도를 보완한 후 공론화를 추진하겠다는 지경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지경부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1년여 동안 원자력과 환경 등 각 분야의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사용 후 핵연료 중간단계 관리방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뢰 확보를 위해선 다소 늦더라도 법률에 근거한 추진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로써 지경부는 사용 후 핵연료 문제 공론화를 위한 시간을 1년 정도 확보하게 됐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1년이다. 공론화의 사전단계인 향후 1년간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 온 국가방사성폐기물 정책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제대로 된 공론화를 위한 마지막 시간이 될 것이다.
남은 1년마저 지금까지처럼 허비한다면 말뿐인 공론화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주저앉게 될 것이란 사실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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