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페어) 3조달러 FX시장은 황금알?

2009-06-29 15:25

1600원대에 육박했던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지면서 외환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증시가 수주째 지지부진한 장세를 이어가면서 선물·옵션처럼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이 FX(Foreign Exchange) 마진거래로 이동하고 있다.

FX마진거래는 두 종류의 외국환을 거래해 환율 변동에 의한 차익을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는 증거금을 내고 매매한 뒤 차액만 결제하면 된다.

FX마진거래는 24시간 언제라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온라인 거래가 가능하다. 한국시간으로 밤 10시에 미국 외환시장이 개장한다는 점은 직장인은 물론 주부나 학생들에게도 매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업무나 가사, 학업에 지장없이 개인 시간을 활용해 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거금의 50배에 달하는 금액을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증거금으로 입금했다면 이의 50배에 달하는 5000만원에 해당하는 외환을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리스크가 큰 만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그만큼 손실을 볼 가능성도 크다. 주식시장에는 주가의 상·하한선이 존재하지만 외환시장에는 등락의 제한이 없다.

50배의 레버리지를 감안하면 하루 1% 이상의 환율 변동이 발생할 경우 증거금을 모두 날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의 일평균 거래금액은 3조달러(약 36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5년 1월 선물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개인 거래가 허용된 이후 거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개인 거래가 허용된 다음해인 2006년 연 100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거래대금은 지난해 일평균 2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FX마진 거래의 성장폭은 전년 대비 554%에 달한다.

지난 4월 한달 동안에는 190억달러가 거래됐다. 이는 같은 기간 증시 거래대금의 10분의 1 수준이다.

자본시장법 시행과 함께 국내 증권사들의 FX마진 사업 진출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FX마진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선물업 인가를 신청한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19개 증권사의 예비 인가 대상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를 통한 FX마진거래가 가능해지면 FX마진거래가 투자가 아닌 투기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개인들이 무모하게 시장에 뛰어들 경우 이익은 고사하고 투자원금을 모두 날리는 '깡통 계좌'가 속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박 환상을 노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많다"면서 "외환시장에 가격제한폭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5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은 FX마진 시장에 뛰어들어 모두 49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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