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GM 파산, 한국차에 유리하지 않다

2009-06-25 08:00
-노사 협력해야 미국시장 점유율 강화 유리

   
 
쌍용차 사측의 출근 강행 예고일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쌍용차 노조원들이 평택공장 출입구를 막아서고 있다./연합

GM 파산에 따른 반사이익을 한국차 업계가 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GM을 이탈하는 고객이 늘겠지만 흡수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국내 메이커의 미국 시장내 소형차 판매는 2008년 45만대 수준에서 2013년에는 72만대(GM대우 OEM 수출 물량 포함)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대 30만대 가량 소형차 판매가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정부가 ‘뉴 GM’의 대주주로 등장하게 된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GM에 유리한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차 판매가 늘어날 경우 한국 메이커에 대한 미국내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이는 통상마찰 문제로까지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2015년까지 뉴 GM은 파업 걱정이 없다. 전미 자동차 노조(UAW)가 파업 자제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UAW의 파업은 2015년 이후에도 보기 어렵다. 뉴 GM의 지분 17.5%를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주주가 파업에 나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거품을 걷어낸 날씬해진 뉴 GM이 중장기적으로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도 있다.
실제로 뉴 GM은 2011년에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 판매량도 2014년에 600만 대 이상으로 예상했다. 미국 시장 회복 속도에 따라 이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8개 브랜드 300만대 규모를 4개 우량 브랜드 200만대 내외 로 축소 조정할 예정이다. 기존 6300개 딜러도 통폐합해 3600개 내외로 축소할 전망이다. 경쟁 없는 딜러 절반을 줄여 효율적인 판매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UAW와 재협상을 통해 의료비 지원 등 복지비용 부담을 줄였고, 임금을 깎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도 향상된다. 시간당 75달러(복지비용 포함)였던 임금이 경쟁사인 도요타 수준(50달러 이하)까지 내려가고, 대당 1400달러에 육박했던 복지비용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차종 역시 변화를 준다. 픽업과 SUV 개발 계획을 취소하고 소형차 모델들을 올해부터 지속적으로 출시한다. 2011년에는 미국 시장에 GM대우가 설계, 생산한 시보레 스파크를 출시한다. 2014년까지 GM대우로부터 수입 물량을 15만7000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소형차에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 회복을 무기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판매 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국내 메이커에게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일본에 이어 인도와 중국 업체까지 미국 시장을 노리는 상황도 한국차 업체에는 부담이다. 

결국 해결책은 노사가 힘을 모아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는 것뿐이다. 대립적 관계로는 기회가 와도, 위기가 눈앞에 닥쳐도 재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 하지만 국내 시장을 80%이상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노조는 UAW처럼 위기의식이 결여됐다.

계획에도 없는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며 그룹사 노조와 연대하고, 임금인상과 주간연속2교대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GM의 몰락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쌍용차 노조의 옥쇄파업이 좋은 본보기다. 극단적 행동이 어떻게 회사를 망하게 하는지 극명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김기찬 교수(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는 “미국 ‘빅3’의 위기 원인은 고비용 구조와 유연성 결여 때문”이라며 “노조가 협력해 불확실성을 없애고 안정적 생산 기반을 만들어야 기회를 잡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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