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부실, 경제 발목잡나
2009-06-21 10:05
최근 은행채 등 시중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대출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단기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을 초래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부실이나 도산에 따른 금융권 부실 확대도 하반기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통안증권 1년물 금리는 19일 현재 연 3.12%로 지난달 말보다 0.64%포인트 급등했다.
AAA급 은행채 1년물과 3년물 금리는 각각 3.48%와 5.03%로 0.50%포인트와 0.37%포인트 올랐으며 국고채 3년물 금리는 4.17%로 지난달 말보다 0.34%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국채금리의 상승과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시중금리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하강세가 거의 끝났다"고 밝히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점도 금리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CD 금리 상승 땐 가계부실 우려
국고채와 은행채 등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변동금리형 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단기간 내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중장기 금리의 상승세가 지속되면 장단기 금리차 축소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은행들이 최근 주택대출을 확대하는 점도 CD 발행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은행권의 월평균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 원으로 작년 2조 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신용카드의 등장 등으로 은행 예금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은행들이 CD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은행장들은 19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최근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의 시중자금 유입현상이 금융회사 간 금리인상 경쟁,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 증대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화증권 박태근 연구원은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점은 CD, 은행채 발행과 연결될 수 있어 주목된다"며 "예금 증가율이 약해질 경우 CD 발행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부실 맞물리면 경제 발목
CD 금리 상승이 현실화되면서 CD 금리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대부분 변동금리형 대출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5월 말 현재 250조8천87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출 금리가 0.50%포인트 오를 경우 연간 가계의 이자 부담이 1조2천500억원가량 불어나게 된다.
장 민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재정 지출과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투자와 소비가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라며 "시중 금리가 얼마나 올라갈지 알 순 없지만 경기가 회복 안 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금리가 올라가면 경제에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 부실과 함께 기업 부실이 맞물리면 하반기 경제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4월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1.58%로 작년 말보다 0.50%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2.26%로 전월 말에 비해 0.22%포인트 상승했으며, 이중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2.59%에 달했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도 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을 약화시키며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433개 대기업 중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33개사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때 금융회사들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9천8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들은 또 다음 달 중순까지 800여 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해야 된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정부에서 은행에 가계대출을 줄일 것을 요구하면 대출자들이 제2금융권 등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으로 갈 수밖에 없어 가계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한계 기업도 많이 있어 기업대출 연체율 증가 등 하반기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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