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매출 관리, "스토커가 되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 사이에 새로운 영업 전략을 찾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비용 및 리스크 부담은 무게를 더하고 있다. 비용과 리스크는 줄이되 고객 만족도를 유지하면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전략이 절실한 때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업체 AT커니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비용 절감과 매출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영업 전략을 고객 중심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수익의 원천이 고객인 만큼 고객이 기업 경영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모든 소비자의 수요를 채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선이 확대될 수록 비용과 리스크가 커지고 영업 전략의 목표는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AT커니는 먼저 소비자를 초세분화(micro-segmentation)하라고 조언한다. 소비자를 단순히 성별이나 소득, 연령 등의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와 구매목표, 과거 구매 행태 등에 따라 공략할 타깃을 선별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토커' 이상의 치밀함이 요구된다.
고객 세분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곳으로는 호텔·항공업계가 꼽힌다. 이들은 수익 향상에 기여하는 바가 큰 고객을 선별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족 단위의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놀이방을 운영하거나 어린이용 영화 무료 시사회를 열어 여가를 즐기려는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매출 기회를 확보하는 식이다.
타깃 고객층을 선별했다면 상품이나 서비스가 전달되는 채널을 최적화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건 직접거래와 간접거래 채널을 기업 환경에 따라 적절하게 배분하는 일이다.
최근 초고속 통신망의 발달로 중간채널을 대폭 줄인 인터넷 직거래 방식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에게 직거래가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보통 단기간에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는 새로운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에는 직거래가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기존 고객을 유지해 매출을 늘리고자 한다면 간접거래가 더 유리하다.
따라서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거리와 상품 구성 등에 따라 직간접 거래를 적절하게 혼합한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또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간접 거래망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간접 거래망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영업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뒤쳐지는 소매점은 과감히 정리하고 잠재력이 큰 소매점에 대한 투자는 늘려야 한다.
영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른바 'GTM(Go to Market)전략'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GTM은 마케팅 최일선에서 벌이는 일련의 통합 마케팅 및 영업 활동으로 가격 정책과 각종 프로모션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GTM전략을 시장에 적합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시장, 소비자, 채널 등 외부환경의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려면 기업의 제한된 예산과 인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채널의 형태에 따라 기업예산은 각각 다르게 책정돼야 한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려면 직거래 채널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충성도가 높은 기존 고객을 중심으로 매출을 늘리려면 간접거래 채널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효과적인 영업을 위해서는 영업부서의 역량을 강화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이 때 효과적인 것이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다. 다만 지나치게 복잡하고 많은 영업 목표보다는 몇개의 단순한 수행목표를 제시해야 인센티브의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이루지도 못할 목표를 여러 개 내주기보다는 실현가능한 소수의 목표를 제시해 목표 달성 여부를 눈에 띄게 하라는 얘기다.
영업사원들이 소비자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시스템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영업사원 개인의 단편적 경험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업계 전반의 소비자 동향을 IT시스템을 통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경향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 때라야 또 다른 상품을 함께 팔거나(cross-selling) 기존 제품을 고가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up-selling)해 판매할 수는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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