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전대통령 서거> 전국 분향소 이모저모

2009-08-31 09:04

25일 전국 각지에 공식분향소가 설치됨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 186개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믿기지 않는듯 고인의 생전 모습을 그리며 애도를 표했다.

◆ 분향소는 눈물바다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수록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아이 손을 부여잡은 한 여성은 가슴이 미어지도록 서럽게 울었다.

김금순(65)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심장이 벌렁이고 경황이 없다"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시민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옛 전남도청에서는 오열을 하던 한 시민이 실신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분향소를 찾은 김모씨(35)는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마주한 직후부터 1시간40여분간 목놓아 울다, 결국 실신해 119구급차에 의해 인근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열하던 김씨는 "살맛나는 세상 만들어 주신다면서…"라고 노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추모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다.

또 대전시청 북문광장에 설치한 분향소에서는 한 시민이 직접 작곡한 눈물의 추모곡을 트럼펫으로 연주했다.

이현구(64)씨는 "남북화해의 가교역할을 했던 분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며 두차례 트럼펫을 연주해 조문객들을 숙연하게 했다.

◆ 질서정연...엄숙한 추모 분위기 이어가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헌화 및 추도하기 위해 온 시민들로 혼잡했다.

조문객들은 하나같이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질서정연하게 엄숙한 추모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이 운집했음에도 휴지나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정리돼 있었다.

이곳은 24일 정오부터 조문객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고 인근 시청역 지하 역사까지 줄이 늘어져 조문을 하려면 3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지만 새치기하는 사례는 전혀 없었다.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은 지하철 역사에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찜통더위 속에 힘든 표정이 역력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숙연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조문을 하려는 빌딩숲 직장인들까지 가세했지만 한번도 질서는 무너지지 않았다.

한 자원봉사자는 "많은 인파가 몰려 3시간 이상 기다리는 동안에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질서를 지키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 빛나는 자원봉사자들...부의금 전달하는 사람들
자원봉사자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더위와 기다림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생수를 종이컵에 담아 나눠주는가 하면 조문 줄을 바삐 오가며 "새치기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외치는 등 질서 유지에 앞장섰다.

또 분향소 앞바닥에 청테이프를 이용해 '입구'와 '출구'가 확연히 드러나도록 표시를 해놓고 안내 역할을 했고 "통로를 막지 말아 주세요", "출구는 반대편입니다. 돌아가세요"라고 소리치느라 목이 쉴 정도였다.

고인을 위해 써달라며 부의금을 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원시 조원동 민주당 경기도당사에 마련된 분향소에서는 출근길에 찾은 한 40대 부부가 자원봉사자들의 만류에도 부의금을 놓고 가 눈길을 끌었다.

이 부부는 방명록에 '당신은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계십니다. 당신의 승리, 우리가 꼭 지키겠습니다'라고 적은 뒤 조문을 하고 영정 앞에 부의금 봉투를 올려 놓고 자리를 떴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에 아무런 준비도 못해 미안하다'며 부의금 봉투를 놓고 갔다"고 전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이 부의금으로 조화 꽃바구니를 구입해 영정 옆에 두고 부의금을 놓고 간 부부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수원역 분향소에도 전날 50대 아주머니 한 분이 고인과 관련해 기념사업을 하게 되면 써달라며 5만원이 든 부의금 봉투를 놓고 갔다고 자원봉사자들이 전했다.

◆ 조문객 급증으로 편의시설 한계 도달
봉하마을에는 지난 23일 이후 25일 오전까지 20만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조문객들이 급증하면서 전력과 식수, 화장실, 통신회선, 휴식공간 등 기본 편의시설들이 한계에 도달해 김해시와 한국전력 등이 긴급히 컨테이너 화장실과 전력설비를 추가설치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전해진 지난 23일 봉하 지역 통화량은 평상시 대비 219% 증가했고 24일에는 무려 84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경제= 이나연 기자 ny@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