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훈 칼럼) 가격변수의 변화와 경제의 흐름

2009-05-18 18:01

   
 
 
가격변수를 보면 경제를 알 수 있다. 금리, 환율, 주가, 유가 등 가격변수는 모든 경제활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로서 다양한 경제정보를 함축하고 있다.

가격변수에도 종종 왜곡이 포함되고, 불합리한 기대가 반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가격변수만 잘 읽어내도 경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가격변수가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라면 더욱 이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잘 해석해야 된다.

경제와 금융 상황의 안정화와 이를 위한 구조변화가 필요한 시기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놓쳐서는 안될 커다란 흐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가격변수 중에서도 특히 금리들이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국제 대차거래와 각종 파생상품 거래의 기준인 리보(Libor)금리가 1%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9월말 5%까지 치솟아 국제금융시장의 기능정지를 반영했던 Libor금리가 극단적으로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공조에 따른 유동성 확보를 통해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세를 확보해 가는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소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3월 중순 2.5%에서 최근 3.2%까지 상승한 미국의 10년짜리 국채금리의 추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는 국제상품가격의 상승,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국채발행의 증가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기저를 형성하는 흐름, 즉 안전성선호 현상이 해소되고 있는 글로벌 자금흐름의 변화와 이에 따른 금융위기의 완화라고 하는 현상, 그리고 향후 달러약세와 이를 통한 미국 및 세계경제의 구도변화에 대한 예측도 금리변화를 통해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채권시장과 정책금리를 둘러싼 논의도 흥미롭다.

시중금리의 저점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고점도 상승하기 어렵다고 하는 상황을 보면 국내경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의 한결같은 침체 예상에서 앞으로는 회복에 대한 논란이 확대될 것 같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상회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KDI는 금년 말 또는 내년 초 정책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부동자금의 증가와 물가상승을 우려하여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부류와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쉽게 떨치지 못하는 부류가 확연히 갈라지고 있다.

경기가 회복을 향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심리지표들은 물론 실제 경제지표도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금리에 대한 이견이 뚜렷한 것은 아직 경기회복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주가를 보면 연초 이후 어지간한 나라의 주가지수들은 30% 이상 상승했다. 최근의 주가상승에 대해서도 실적보다는 유동성에 무게를 두는 분석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중 전세계의 금융과 실물 경제가 동시에 거의 붕괴상태에 근접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주가회복은 기대실적의 영향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주가회복이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빠른 회복속도를 감안하면 주가와 경기의 회복은 일시적이기보다는 기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환율동향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세계적으로 달러약세의 징후가 강하며, 특히 국내에서는 원화강세가 현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원인의 하나가 글로벌 금융불안의 해소라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국내경제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그 영향을 상쇄할 수 있었던 이유가 원화약세와 상대적인 수출호조였기 때문에 급격한 원화강세가 반드시 긍정적이지는 않다.

원화강세가 현저한 수출부진을 초래하거나, 수출감소가 내수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는 경우에는 국내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크게 지연될 가능성은 확대될 것이다.

유가 등 국제상품가격도 눈여겨봐야 할 상황이다.

세계경제의 동시침체가 심각한 상황 하에서도 국제유가가 최저치 대비 80%나 상승했다.

OPEC 관계자도 놀랄 정도로 OPEC회원국들이 엄정하게 쿼터를 준수하였다고 하며, 이것이 유가회복의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가는 중국 등의 수요회복에서도 기인하는 것이며, 수요의 뒷받침이 없다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유가상승도 실물경기의 회복에 대한 표지자로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가격변수들이 매우 활발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최근 세계경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적극적인 정책대응과 과도한 유동성 공급의 결과일 수도 있고,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원인일 수도 있다. 또한 기술적 반등이나 불균형상태로부터의 복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의 강도나 지속성에 대한 문제를 별도로 한다면 가격변수의 급속한 변동성이 경기회복 또는 경기변동에 대한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곽영훈 하나금융연구소 연구분석실장<yhkwak@hanaif.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