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유동성 흡수책' 논란

2009-04-26 19:17

부동산 과열·실물경기 침체 우려···시기상조·제2추경 편성론도

주가가 급등하고 강남 등 일부지역 집값이 치솟자, 정부가 지나치게 풀려나간 유동성을 흡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800조원 규모의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 등에 과열을 부추긴다는 우려와 실물경기 침체가 극심하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려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6일 “IMF 환란 당시 정부의 단기부양 때문에 벤처버블이나 카드대란이 발생한 점을 교훈 삼아 유동성 공급 확대가 부작용을 낳기 전 철저한 대응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과잉 유동성 흡수책 마련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경제수석실과 금융팀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다각도로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도 최근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 정부 대응이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부작용이나 새로운 위기를 야기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출구계획을 미리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 역시 “장차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될 경우 과잉 유동성에 의한 새로운 버블 형성, 부실자산 발생이라는 부메랑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의 과잉유동성 흡수 움직임에 대한 반대의견도 강하다. 우리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4.3%를 기록하면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실물경기 침체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09년 1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GDP)’에 따르면 실질 GDP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 지난해 4분기(-3.4%)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로는 1998년 4분기(-6.0%) 이후 최악이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경기침체로 전문가들은 규정한다.

특히 수출과 설비투자 등 한국경제의 기둥들이 여전히 심하게 흔들리고 있어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의 회복을 논의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로 2009년 중 경기회복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경제 상황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2009년 2분기(4~6월) 재정지출을 집중하고, 경기상황에 따라 하반기(7~12월)중 2차 추경 편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20일 국회 예결위에서는 “세입결손 보전을 위한 11조2000억원을 2차 추경에 포함시킬 의향이 있느냐”며 2차 추경의 구체적 규모를 묻는 질문도 나왔을 정도다.

오문석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실물경제가 어렵고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확대는 당연한 것”이라며 “내년 이후쯤 경기회복 시기에 인플레 압력이 나타날 수 있으나 지금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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