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흑자전환 불구 "2분기 걱정"

2009-04-24 15:37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의 대표기업들이 올해 1분기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며 한 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이닉스 역시 작년 4분기 대비 영업적자 규모를 크게 줄이면서 나름대로 선전한 결과를 내놨다.

1분기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수요감소의 난관을 뚫고 이뤄낸 빛나는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과 마케팅 비용 등의 절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짝 실적'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비록 1분기에 선방했지만, 시장 수요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며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2분기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흑자전환의 명암 = 작년 4분기 연결기준 7천400억 원의 영업적자(본사기준 9천400억 원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4천700억원의 흑자를 냈다.

2000년 3분기 실적공시(IR)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작년 4분기에 영업적자를 냈다가 한 분기만에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영업이익 폭은 1조2천100억원이 늘어났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12조8천5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역대 1분기 매출 최고기록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4천556억 원에 달했다.

LG전자는 작년 4분기 본사기준 3천9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지만, 한 분기만에 4천37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두 회사가 낸 실적은 시장의 예측을 훨씬 웃도는 결과다. 비관론이 지배했던 연초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1분기 1조원을 넘는 영업적자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치도 나왔었다.

해외 경쟁업체들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보이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기에 시장점유율을 확대한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고, 휴대전화에서는 분기 사상 최대의 시장점유율 달성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평판TV 역시 글로벌 1위의 지위가 더욱 확고해 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환율 효과와 마케팅 비용 등을 절감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흑자전환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분기 성적표를 놓고 마냥 즐거워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은 실적 설명회에서 "1분기 환율 손익효과는 1천200억∼1천300억 원 정도로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는 않다"며 "비용절감에서 온 영향이 더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본사기준 판매관리비가 2조8천300억 원으로 전분기(4조4천200억 원) 대비 36%나 감소했다.

특히 장기 경쟁력의 원동력이 되는 시설투자가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와 LCD 시황 악화로 1분기에 6천억 원을 투자하는 데 그쳐 작년 동기 시설투자액 2조8천300억원의 21.2%를 기록했다.

이명진 IR팀장은 "연간 전체 투자계획은 확정돼있지 않지만, 자금 여력은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안갯속 난타전' 예상 = 국내 전자업계가 1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 전망은 여전히 짙은 안갯속이다.

삼성전자 이명진 IR팀장은 "경기 및 수요 회복을 낙관적으로 기대하기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며 2분기에는 메모리, LCD 업체들의 가동률이 증가하고 세트 업체들의 가격경쟁이 심화돼 난타전 양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의 경우 낸드플래시 가격이 1분기에 상승하기는 했지만 2분기까지 이어질지 확실치 않고, D램 시황은 소폭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극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LCD는 1분기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일부 수요가 발생하면서 매출과 가격 상승을 견인했지만, 수익성은 낮은 수준이다. 더욱이 대만의 LCD업체들이 가동률을 끌어올리게 되면 공급 증가로 재차 가격이 하락할 위험성도 안고 있다.

반도체와 LCD 시황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에 대해 이명진 IR팀장은 "메모리와 LCD 시황이 바닥인 것은 맞지만, 회복 속도에 대해서는 우리와 시장 사이에 차이가 있다"며 "우리는 점차적으로 회복이 올 것으로 보고, 시장은 V자 형태로 2,3분기에 곧 회복될 것으로 보는 데 차이가 있다"며 신중한 관점을 유지했다.

1분기에 효자 노릇을 했던 휴대전화 역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소비심리 침체로 인해 수요 둔화세가 지속되고, 신흥시장은 신용불안 이슈가 터지면서 신규가입이 둔화되고 있다.

평판TV와 가전의 2분기 전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다. 평판TV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에어컨 등 생활가전은 계절적 성수기의 영향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이처럼 2분기의 불확실한 전망 속에서 국내 전자업계는 해외 경쟁업체들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최대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터치폰, LED TV, 미니 노트북 등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메모리와 LCD, 휴대전화, TV 등의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휴대전화에서 지역별로 특화된 제품 모델을 강화하고, 아레나, 쿠키 등 전략모델 판매에 집중하는 한편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평판TV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