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감세 조기종료 시사..혼선 가중
2009-04-13 17:52
정부가 노후차량 교체에 대한 감세제도를 도입하면서 제도 시행에 앞서 조기 종료 가능성을 내세워 주목된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이번 제도로 자동차 업계가 자구노력 없이 지원만 챙기는 나쁜 선례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노사관계의 진전, 구조조정, 내수 부양이라는 다목적 카드로 이번 지원책을 꺼내 들었지만 자동차 업계 노사관계의 발전적 전환은 미지수여서 정책의 신뢰성을 정부 스스로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이번 제도는 1999년 말까지 신규등록된 노후차량을 팔거나 폐차하는 대신 새 차를 구입할 경우 신차 등록일 기준으로 5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8개월간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록세를 70%씩 깎아주는 것이 골자다.
지난달 26일 제13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마련된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 및 노사관계 선진화의 전제하에 추진될 것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시 "정부 지원에 앞서 노사가 특단의 조치를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책 내용이 시장에서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짧은 기간에 자구노력과 노사관계 선진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웠다.
물론 그 후 자구책으로 볼만한 업계의 발표도 있었다. 현대차 노사가 지난달 31일 공장 간 일감나누기에 합의한 것과 지난 9일 '위기극복 특별협의체'를 구성한 것, 쌍용차의 인력 37% 감원안 등이다.
하지만 이는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3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금속노조 임금요구안인 월 기본급 8만7천709원(기본급 대비 4.9%)을 인상하는 내용의 임단협안을 내자 정부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과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12일 제도시행을 공식 발표한 것은 이미 세제혜택이 공개되면서 자동차시장에서 거래가 동결되는 현상이 발생, 무작정 업계의 자구노력을 기다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선(先) 자구노력에서 후(後) 자구노력 요구로 바뀌었지만 정부는 이번 제도를 노사 압박 수단으로 계속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 미적지근한 압박..약발 있을까
그러나 세제지원을 조기 마감할 수 있다는 정부의 압박이 희망대로 자동차 업체들의 노사관계를 진전시키는데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청와대가 나서서 제도 시행 자체를 보류하면서 업계의 구조조정을 촉구해도 별 움직임이 없던 자동차업체들이 정부의 엄포성 뒷북 압박을 귀담아 들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가 별다른 자구노력을 할 생각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서둘러 지원책을 내놓음으로써 자충수를 둔 격이 됐다.
정부의 요구 사항은 여전히 모호하고 진전이 어려운 사안들이다.
백운찬 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노사관계 진전'의 내용에 대해 "불법적인 파업을 한다든지 하는 것은 자제하라는 뜻"이라면서 "정부가 세제지원을 하는데 노사 측에서도 상응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주로 임단협이 걸린 문제"라며 "국민이 도와주면 노사 모두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정부가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무분규 선언이나 임금 동결 같은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노동계에서 상징성과 대표성을 갖는 사업장이어서 정부는 물론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정부가 원하는 노사관계의 진전에 대한 판단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세 감면의 조기종료 검토 압박은 자동차 업계에 별 약발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 혈세만 들이고 정책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도덕적 해이를 둘러싼 갑론을박만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노사의 자구나 상생 노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조치를 갑자기 조기 종료하겠다고 나설 경우 새 차를 주문해놓았다가 세금혜택을 받지 못한 채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
물론 조기 종료가 결정되면 소비자들의 혼선을 막을 정도의 유예기간을 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제도 시행 초기부터 불투명성을 안고 간다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불안해할 수도 있다.
자동차 업계 노사관계에 진전이 없음에도 세금 감면의 조기 종료가 단행되지 않을 땐 정부의 신뢰와 체면만 구기게 될 것이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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