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유감(風水有感)

2009-04-08 11:13

박선영의 충장로 칼럼

세상살이 불안 할 때 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풍수나 역술에 의지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언론에서도 풍수에 대한 기사가 심심치 않게 다루어 지고 있다. 유명한 재벌이나 정치인들의 조상 묘 자리 혹은 집터와 관련된 기사가 주로 실린다.
 
소위 출세한 사람들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평범한 독자들로서는 그렇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조상 탓, 운수 탓으로 돌리거나 또 한편으로는 좋은 터 한번 잡아서 금시발복(今時發福)의 백일몽으로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한다.

역대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선친이나 조상의 묘를 좋다는 곳으로 옮겼다거나, 재벌들이 주로 모여 사는 동네는 지형이 이리저리 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곳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거금을 아끼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실제로 집터나 회사 건물에 지형으로 인한 화를 막기 위해서 동판이나 조형물을 설치한 사례를 보면 ‘뭔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언론에서 얘기하고 있는 재벌가나 정치가들이 좋은 터를 잡아 당대는 물론 자자손손 번성하고자 하는 그 바램을 얼마나 지속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천혜의 길지에 자리잡은 재벌들이 예견치도 못한 큰 풍파를 겪는가 하면 조상의 묘를 이장 하면서까지 정치적 야심을 이루려 했던 사람들과 실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던 이들 조차도 그 마지막이 아름다웠던 정치 지도자들을 찾아 보기 힘든 것이 우리 현실이다.

현재 상황에서 풍수가나 역술인들이 말하는 명당 혹은 좋은 사주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막막하다. 소위 명당의 기본조건이라는 배산임수를 현재의 도시화가 되어버린 이 땅에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풍수는 음양오행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에 따라 자신이 필요로 하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수(水)의 기운을 받기 위해 서쪽으로 창을 내야 하는데 설계와 인테리어가 고정돼 있는 아파트에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주도 길흉을 판단함에 있어 태어난 시간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나 예전 중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에는 다른 나라를 감안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재는 어떠한가? 똑같은 시각에 태어나도 한국, 미국, 유럽이 다른데 도대체 어디를 기준을 삼아야 하는가? 또 자시는 전날 23시부터 익일 01시이고, 축시는 01시부터 03시까지인데 정확한 01시는 자시인가 축시인가? 하루에도 수만 명이 태어나고 있는 데 그렇다면 같은 사주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이 도대체 몇이고 과연 그 사람들이 같은 삶을 산단 말인가?

심지어 어떤 역술사이트에서는 인터넷 속성으로 역술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자격증을 받으면 집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돈을 벌 수 있다고 광고도 한다. 너도 나도 유명한 선생의 제자라고 간판 걸고 영업 하기 정신이 없다.

요즈음과 같이 국제적으로 연결된 환경에서 사업이 힘들어지는 것에 대해서 사업장의 기운이 좋지 못하다 해서 방편을 한들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사업이라는 것이 모든 구성원들이 한 마음으로 좀더 능률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해야 성공하는 것이다.

생각도 적극적이지 못하고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서 땅의 기운만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땅의 지형과 위치가 아니라 그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가짐이다.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하겠다는 어느 유명 풍수가의 약속이 떠 오른다.

이제는 제발 풍수의 대안으로 역술이 떠오르고 또 다른 대안으로 다시 풍수를 쫓으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제발 우리 인간이 얼마나 한계를 가진 존재인지에 대한 인식부터 해야 한다.
세상이 끊임 없이 변하고 우리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도 변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이런 풍수나 역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제는 우리 인생의 주인공인 우리 스스로가 잘 살기 위해서라도 발상의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