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기업평가 또 부실 논란
2009-04-05 10:22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물론 옥석을 가리기 위한 평가가 부실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채권단이 회생 가능하다고 분류한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부도를 내는 일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의 건설업종 신용위험 평가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인 C등급을 받은 삼능건설과 송촌종합건설이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한데 이어 부도를 맞았다.
2차 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중도건설도 부도 처리됐다. B등급(일시적 자금난 기업)과 C등급으로 각각 평가된 신창건설과 대동종합건설 역시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정부와 채권단은 그동안 B등급에는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C등급은 채무 상환 유예와 자구 노력을 전제로 한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가능한 살리겠다는 입장을 제시했으나 일부 기업은 평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D등급(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달 말 채권단이 자금 지원을 논의했지만 제2금융권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돌아오는 어음을 막지 못해 기업회생절차를 선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평가 과정에서 C등급 점수가 나온 업체에 D등급을 매겨 퇴출시킬 수는 없고 제2금융권과 워크아웃 개시에 합의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일부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채권금융기관이 구조조정을 주도하게 되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이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금융기관 자율협약만으로 기업 부도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C등급 이상으로 평가했다면 문제"라며 "기업 부실 정리에 미적거리면 경제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B등급을 받은 기업이 곧바로 D등급으로 전락하면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워크아웃 대상 기업의 경우 채권단의 실사와 협의 과정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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